[시드니창]"조연에게 따뜻한 박수를"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08분


“이번 대회를 마치면 라켓을 놓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3일 시드니올림픽 탁구 남자복식 3, 4위전에서 아쉽게 동메달을 놓친 이철승(29)은 경기 시작 전부터 조심스럽게 ‘옷 벗을’ 얘기부터 했다.

10년간 대표 생활을 하면서 92바르셀로나, 96애틀랜타올림픽 남자복식에서 잇따라 동메달을 딴 그는 이번에 자신의 세번째 올림픽 메달을 노리다 아깝게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세번씩이나 올림픽에 출전하고 동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이철승은 한번도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다. 늘 금메달의 뒷전으로 밀렸다.

한국 사이클의 간판얼굴 조호성. 22일 고개를 떨군 채 서울행 비행기를 탄 그의 모습은 애처롭기조차 했다. 조호성은 포인트레이스 40km에 출전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인의 올림픽출전사상 최고 성적인 4위를 했다. 그러고도 고개를 떨군 이유는 단 하나. 메달을 못 땄기 때문이다.

이철승이 선수생활을 그만둘지 아니면 선수생활을 계속해 다음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조호성이 계속 올림픽 금메달에 매달릴지 아니면 보다 나은 대우가 보장되는 프로 경륜선수로 변신할지 역시 모른다.

하지만 한번쯤 이들 올림픽 ‘조연’들에게 금메달리스트에 못지 않은 따뜻한 박수를 보내준다면 그들이 올림픽을 끝낼 때마다 번번이 기운 빠진 모습으로 ‘들러리 취급’을 받지 않고 다음을 힘차게 기약할 것 같다.

이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는 듯하면서도 아직은 아닌 것이 우리네 사정인 듯하다.

<시드니〓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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