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염진섭/벤처정신 되살려 위기를 넘자

입력 2000-09-22 18:34수정 2009-09-22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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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초까지만 해도 인터넷 기업과 벤처 열풍은 참으로 대단했다. 인터넷 기업을 경영하는 필자가 아마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지 공사를 막론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투자할만한 벤처기업을 소개해 달라거나 상장도 하지 않은 야후코리아 주식을 사게 해달라는 청탁이 끊이지 않았다. 주말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찾아간 곳의 종교인까지도 부탁을 할 정도였으니 그 열풍, 아니 광풍(狂風)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불과 반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대박의 꿈을 좇던 그 광풍은 온데 간데 없고 벤처 7월 대란, 9월 대란이란 루머가 난무했다. 이미 빠져나간 일부 작전세력이나 소위 머니게임으로 돈을 번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가정파탄 지경에까지 이른 개미군단의 한숨과 함께 ‘벤처기업〓믿을 수 없는 기업’이란 등식으로까지 급전직하하게 됐다. 이제 아무도 필자에게 투자할 벤처기업을 소개해 달라는 청탁을 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벤처기업이란 무엇인가. 경제활동에서 위험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기업이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 그 자체가 모두 벤처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벤처에 대한 우리의 오해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벤처는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곳에서나 이뤄지는 새로운 사업이며, 정보통신부문 사업이 주된 벤처이고 또 하루 아침에 떼돈을 벌 수 있는 사업으로 생각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기존 산업사회에서 디지털사회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모든 부문에서 이뤄질 엄청난 구조조정으로 인해 21세기에 새로운 기회가 더 많이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인터넷으로 세계는 디지털 경제로 급격히 이전되고 있다. IMF사태 이후 흉내만 내다가 중단된 금융구조조정은 서막에 불과할 정도로 지금부터 각 부문의 구조조정은 수도 없이 이뤄질 것이다. 한국 기업이나 경제 구조는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던) 효율성을 강조한 일사불란한 관 주도의 ‘주식회사 한국’의 제도권 시스템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글로벌, 투명경영, 무한경쟁, 치열한 시장경제란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헤쳐 나갈 새로운 시스템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벤처정신이다. 낙후된 한국을 끌어 올렸던 획일화된 ‘주식회사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이 당시로서는 절실히 요구됐던 벤처정신이었던 것이다.

벤처란 바로 현실의 부조리와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다. 모든 성공한 기업들도 바로 벤처정신에서 출발, 제대로 도전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오늘날 대기업들이 새로운 경제틀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애초부터 제도권 안에 안주하며 벤처정신이 없었거나, 성공한 뒤 벤처정신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변화를 제때 따라가는 벤처정신이 없다면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다.

벤처는 새로운 개념의 신종사업이 아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처한 이 위기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이 경쟁력이며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바로 올바른 벤처정신인 것이다.

염진섭(야후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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