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스타]체조황제 네모프 "아들에게 바친다"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02분


“아들아! 아빠가 해냈다.”

러시아 체조의 간판스타 알렉세이 네모프(24)는 지난달 말 만삭의 아내를 남겨두고 집을 떠났다.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실시된 러시아의 프레올림픽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막바지 훈련에 한창이던 2일 알렉세이 2세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

아빠가 된 네모프는 20일 생후 18일 된 아들을 위해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커다란 선물을 마련했다. ‘체조의 꽃’이라 불리는 개인 종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7번째 올림픽 메달이자 3번째 금메달. 게다가 네모프는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1위 리샤오샹(중국)에게 불과 0.049점 뒤져 은메달에 그친 아픔까지 씻어내며 체조 황제에 등극, 기쁨은 더욱 컸다.

네모프는 “세상에 나온 아들은 내가 정상에 오르는 데 가장 큰 힘이 됐으며 애기를 위해 더욱 최선을 다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섹시 알렉세이’라는 별명을 가진 네모프. 수려한 용모와 선 굵고 화려한 연기로 전세계 소녀팬을 사로잡으며 우상으로 군림했다. 97년에는 한 잡지가 선정한 ‘전세계에서 가장 멋진 사나이 50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네모프에게도 그늘은 있었다. 아버지는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간호사로 일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것. 그래서 피붙이에 대한 네모프의 애정은 더욱 각별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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