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유로화 약세로 세계증시 몸살

  • 입력 2000년 9월 19일 12시 13분


세계증시가 동반하락하고 있다.

잇딴 금리인상과 경기팽창 속도조절로 미국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다 국제유가의 급등의 영향으로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세계증시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인 유로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세계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유로화는 19일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오전 11시 현재 달러당 85.33센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일에 이어 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전일인 18일 유로는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85.43센트에 거래를 마쳤었다.

이로써 유로화 가치는 지난 99년 1월 출범 당시의 가치(1.17달러)에서 무려 28% 가까이 폭락했다.

◆유로화 왜 약세인가

유로화 가치가 추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경제가 워낙 잘 나가서다. 미국경제와 증시가 성장률 수익률 측면에서 EU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로화가 달러로 환전돼 미국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유로화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달러수요가 증가, 당연히 유로약세-달러강세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프리티시텔레콤(BT)이 미국 AT&T와 계열사 인수를 협상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유럽 IT기업들의 잇딴 미국기업 인수도 달러수요를 높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전략부재(不在)도 유로화 가치 하락을 초래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1년간 6차례나 기본금리를 인상했음에도 통화가치는 떨어진 채 EU경제 성장만 둔화시켰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주식시장이 세계 자금시장 흐름의 주축으로 자리잡았음에도 채권이 활성화된 유럽권 특성만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실패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경제가 호흡을 조절하며 연착륙의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으로는 산업 생산성 증가율이 여전히 5%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약한 유로(강한 달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유로화 약세에 대해 "우려하기 보다는 만족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외환 딜러들로 하여금 유로화를 버리게 했다. 통화정책 책임자들의 유로화 추세를 방관하는 듯한 발언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특히 유로화 가치 부양을 위해 지난 14일 단행된 ECB의 시장개입이 실패로 돌아간 뒤에는 낙폭이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유로화 약세가 세계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유로화의 지나친 약세는 지나치게 '강한 달러'로 인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가장 먼저 세계자금이 미국시장으로만 흘러들어가 자금흐름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문제를 예상할 수 있다. ECB등은 약한 유로가 유럽인들이 수입품보다는 역내 상품에 대해 구매동기를 유발, EU의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막상 전주들은 이를 달러표시 자산으로 투자 대상을 바꾸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로화의 과도한 약세는 또한 달러를 제외한 엔(일본) 등 다른 주축통화와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유로는 엔화에 대해서도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일본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조구치 젠베이 일본 대장성 국제국장이 지난 18일 엔·유로 환율의 급락세에 대해 "시장의 움직임을 항상 좋게 보고 있지만, 지나친 유로화 하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다. 그는 이어 "펀더멘틀로 보면 유로화는 좀더 강해져야 한다. 일본의 유로화에 대한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ECB의 보다 강력한 시장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EU 내부적으로 유로화 약세는 국제유가의 상승과 맞물려 유로존의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주가 상승과 상극인 금리인상 얘기가 또다시 불거져 나오며 첨단기술주에 대한 수익악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미 연준리(FRB)의 통화정책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이같은 추세로라면 유로화 가치는 80센트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착륙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미국달러와 달러대비 가치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일본엔화를 찾는 외환딜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는 28일 덴마크가 유로화를 자국통화로 인정하는 문제를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덴마크가 유로화를 받아들일 경우 유로화는 반등기회를 모색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추가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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