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농구]미국팀, 중국 역전승…환상의 '농구쇼'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33분


빈스카터(오른쪽·미국)와 장징쑹(중국)
빈스카터(오른쪽·미국)와 장징쑹(중국)
시드니올림픽 28개 종목 300개 금메달중 가장 확실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미국 남자농구 드림팀Ⅳ의 ‘앞면과 뒷면’이 흥미롭다.

먼저 사상 최약체라는 혹평속에 17일 중국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베일을 벗은 드림팀Ⅳ의 앞면.

경기전 인터뷰에서 ‘어시스트 왕’ 제이슨 키드(피닉스 선즈)는 어느 팀이 결승전에서 맞붙을 것이냐는 질문에 “누가 올라올 지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빨리 금메달을 따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팀의 유일한 센터이면서도 부인의 출산을 위해 23일 일시 귀국한다는 알론조 모닝(마이애미 히트)은 “우리는 단지 쇼를 보여주기 위해 왔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농구쇼를 보여주겠다”고 떠벌렸다.

선수들은 또 “우리는 그동안 다른 나라와의 연습경기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최고의 훈련은 우리 12명끼리 하는 것뿐이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촌이 아닌 특급호텔에서 생활하고 개막전 초호화 요트에서 와인을 즐기는가 하면 골프장에서 캐디들과 농담을 나누는 장면이 자주 목격돼 눈총을 받았던 드림팀Ⅳ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드림팀Ⅳ는 경기전 도열해 인사를 나눌 때는 중국 선수단을 위한 선물로 미리 준비해온 미국프로농구(NBA) 모자를 내놓는 것으로 올림픽파크내 돔구장을 가득 메운 1만관중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또 그들은 경기 초반 중국의 장대 센터 야오밍과 왕전즈의 ‘높이 농구’에 밀려 고전이 계속되자 미리 장담했던 ‘쇼’가 아닌 NBA에서 보여줬던 맨투맨 압박수비와 번개같은 패스워크로 차근차근 점수차를 줄여갔다.

마치 대학때 농구를 했던 선수처럼 이를 악물고 뛴 그들이 전세를 뒤집는데는 채 6분이 걸리지 않았다. 교체선수로 들어간 슈팅 가드 레이 앨런(밀워키 벅스)이 3점슛과 앨리웁 덩크슛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19―16으로 역전했고 드림팀Ⅳ는 이후부터는 경기를 다시 ‘쇼’로 돌려놓으며 환상의 연기로 팬서비스를 시작했다.

제2의 마이클 조던으로 평가받는 빈스 카터(토론토 랩토스)가 거칠게 수비하던 중국 선수와 심하게 부딪친 뒤 크게 화를 내자 루디 톰자노비치감독이 곧바로 교체한 것도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이들의 프로 정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목이었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때 처음 결성된 미국 남자농구 드림팀은 이날 중국전 승리로 41전승 무패의 기록을 이어갔다.

<시드니〓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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