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도시에선]일산 신도시 택시잡기 전쟁

  • 입력 2000년 9월 17일 19시 21분


“택시가 이렇게 줄을 서 있는데 왜 안가요?” “정말 죄송해요. 두 시간 반을 기다렸는데 기본요금밖에 나오지 않는 거리를 가기는 어렵습니다.”

16일 오후 10시 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근처 후곡마을로 가려던 주민 김두영씨(43)는 하염없이 서있는 택시로부터 이 같은 ‘정중한’ 거부를 당해야 했다.

일산 신도시에서 택시잡기가 힘들다. 주민들은 “택시들이 주행하지 않고 한 곳에 모여 장기 정차하고 있어 불편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택시기사들은 “셔틀버스가 많이 운행되는데다 손님도 없어 빈 차로 돌아다닐 수는 없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서울보다 택시요금이 비싸고 거리에서 택시잡기가 곤란해 콜(call)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데 이 때에도 1000원의 요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불만이다.

일산 신도시를 포함한 경기 고양시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이 1.5㎞에 1300원으로 1.8㎞에 1300원인 서울보다 비싸다. 또 구간요금도 서울이 210m에 100원인데 비해 고양은 185m당 100원이며, 시간요금도 서울이 51초당 100원인데 비해 고양은 45초당 100원이다. 고양시의 택시요금이 비싼 것은 택시업계가 “아직 도시형태를 갖추지 못한 농촌지역이 많기 때문에 요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98년 고양시 물가심의위원회가 이 같은 요금체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울보다 택시 요금이 비싸지만 대형 쇼핑업체들의 셔틀버스 운행, 자가용 이용 주민들의 급증 등으로 빈 차로 운행하는 일이 많아 장기 정차가 불가피하다는 게 택시업계의 입장. 택시기사 최모씨(46)는 “빈 차로 돌아다니다 보면 연료비도 못 건진다”며 “셔틀버스와 자가용 이용객들로 손님이 적은데다 서울택시들의 영업도 기승을 부려 고양시 택시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일산 신도시에서 운행되는 대형 쇼핑업체의 셔틀버스는 12개 업체의 135대로 116개 노선을 뛰고 있다. 1개 노선에 하루 10회씩 버스가 운행되므로 그물망처럼 도시 전체를 훑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부 강선영씨(34)는 “셔틀버스의 운행간격이 한 시간 이상인데다 노선도 구불구불해 택시가 자주 돌아다닌다면 이용객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올해 개인 60대, 법인 120대를 증차하는 등 택시 수를 늘려 시민들의 택시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장기 정차를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일산〓이동영기자>argus@donga.com

서울과 일산 신도시 택시요금 비교

구분일산서울
기본요금(1300원)1.5㎞1.8㎞
구간요금(100원)185m210m
시간요금(100원)45초5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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