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최북단서 탈북자들 '망향제'…합동차례 지내기로

  • 입력 2000년 9월 9일 16시 49분


“오마니, 올 추석에는 남한에 정착한 귀순자들과 함께 차례를 지냅니다. 건강하시라요.”

명절 때가 되면 더욱 쓸쓸해지는 탈북 귀순자들이 추석날인 12일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강화도에서 합동 차례를 올린다.

합동차례에 참여하는 귀순자들은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회장 법타스님) 소속 귀순 불자들의 모임인 ‘남순지장회’ 회원 40여명. 3∼6년 간 남한생활을 해오고 있는 이들은 절반 정도가 아직 결혼을 못했고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합동차례는 ‘나홀로 가족’이 대부분인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인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 선원사(주지 성원스님)측이 마련했다. 탈북자들은 고려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선원사에서 전통 차례를 올린 뒤 북한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화도 최북단 ‘제적봉’으로 옮겨 망향제를 지낼 예정이다.

선원사측에서는 이들을 위해 사찰 음식이 아닌 평양냉면 만두 등 북한 음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남순지장회 회장 김명철(金明哲·40)씨는 “8·15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고 난 후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선원사 측에서 통일이 될 때까지 이같은 자리를 마련해주기로 해 동료들 모두 따듯한 정성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93년 귀순해 무역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김일성(金日成)주석을 10년간 경호한 노동당 간부 출신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북 때 경호의전 등을 자문해주기도 했다.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는 97년 말 황해도 사리원에 국수공장을 차렸고 국수원료인 밀가루를 매달 60t씩 보내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들을 돕고 있다.

<강화〓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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