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정훈/濠교민 따뜻한 北선수 맞이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8분


“정부는 정부고, 또 우리는 우리 아닙니까?”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 돕기에 나선 호주 시드니의 4만여 교민들이 북한 선수들도 함께 맞이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교민들이 만든 자원봉사단체인 한호올림픽후원회는 ‘단일 백의민족의 긍지로 남북한 선수 모두를 위해 봉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응원 준비에 일손이 달리면서도 남북 선수단 공동 환영만찬을 성사시키기 위해 식당을 섭외하는 등 분주하게 뛰고 있다. 북한팀 경기에도 ‘우리는 하나다!’는구

호를 외치며 합동 응원전을 펼치려고 입장권을 미리 사뒀다. 차재상 후원회장은 “북한 선수단에게 줄 선물까지 마련했다”고 귀띔했다.

재호이북5도민회도 북한 선수와 임원진에게 한끼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다며 열성이다. 강벽진 회장은 “멀리까지 찾아온 북한 선수들과 갈비 파티라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통로로 타진중”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올림픽선교위원회란 지원단체를 만든 시드니 교민 교계도 적극적이다. 선수촌에 들어갈 선수단 이외에 북한 체육계 인사와 보도진을 위해서 ‘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캠시 갈릴리교회 장기수 목사는 “북한 올림픽 참가진의 편의를 위해서 교통 통역 관광 등 모든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많은 목사님들은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이 숙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집을 비워뒀다”고 했다.

교민들은 선수단에 대한 공식적인 접촉창구도 없다. 북측으로부터 일언반구의 요청도 없었다. 북측과 선이 닿아 있는 사람들과 협의가 오가고 있지만 성사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교민들은 남북한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는 화해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선수단 지원을 끝까지 추진해보겠다고 말한다.

남북화해의 따뜻한 바람이 이역만리 교민사회에도 불고 있다.

윤정훈<문화부·시드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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