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한은 콜금리 유지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27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날 콜금리 현수준 유지 발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경제·금융전문가들은 ‘물가냐 금융시장 안정이냐’에 대해 대체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 한국은행이 물가상승 압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 10월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이들 전문가들은 ▲ 추석 이후 구조조정의 가속화 속에서 한은이 더욱 더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전망이 필요하며 ▲ 신용경색 해소와 함께 자금시장의 안정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은행구조조정, 특히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정리 등을 조속히 실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동아닷컴 인터뷰에 응해준 전문가들은 △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인실 연구위원 △ JP모건의 임지원 박사 △ 시티은행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김기형 연구위원 △ LG경제연구원의 김민태 연구위원 △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인식 연구위원 등 6명으로 순서대로 글을 실었다.

◆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연구위원 = 이번에 올렸어야 한다. 2월 이래 여태껏 올리되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었다. 올리지 않는 이유가 구조조정에 대한 어려움 때문이라면 이는 상환논리에 불과하다.

금리를 올려도 장기금리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 견해였다. 0.25%포인트는 올려도 상관없을 것인데, 시기를 놓쳐 앞으로 금리를 올리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은 장단기 금리차가 너무 크고 고리가 끊겨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여서 한은이 제약된 상황이다. 지표금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단기금리는 국제적으로도 일본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아 내외금리차로 인해 국제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안정이냐 물가냐 하는 문제에서 안정을 선택했다고 하나 금리가 금융시장 안정과 따로 움직이고 있으며, 오히려 금융시장 안정을 해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전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 문제나 물가가 미치는 영향은 작을 수 있다. 문제는 전반적인 거시경제 전체 정책간 균형이 깨지는 데 있다. 환율이나 금리, 물가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데 금리만 붙들면서 금융정책이 외통수로 가고 있는 게 문제다.

거시경제정책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새 경제팀이 부담이 클 것이다. 이제는 거시정책이든 미시정책이든 어느 하나만 하면 안되는 상황이다, 거시와 미시 정책수단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시장의 근본 안정을 위해서는 거시정책만을 가지고는 안되고 마이크로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유가에 따른 물가상승은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환율은 적절한 수급조절책으로, 신용경색은 구조조정 정책을 서가며 매크로정책을 함께 써야 한다.

부실채권문제는 기업의 수익성 제고가 따라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금융시장은 금리가 제대로 역할하도록 리스크에 맞게 차별화할 수 있도록 채권시장이 기능하도록 하고, 대출시장은 BIS 비율과 충당금 설정도 중요하지만 기업금융이 필요하다면 일부 유보하든가 현실성있는 인센티브 정책을 써야 한다.

◆ JP모건 임지원 박사 = 일단 실망스럽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이래 한은총재나 금통위원들의 기본 논조는 인플레 우려였다. 인플레 압력을 인정하면서도 금리유지를 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훼손될 것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타격이 입을 것이고 어쨌든 한은이 후퇴한 것만은 사실이다. 또 재경부 장관이 어제 금리유지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그 같은 발언은 지양해야 한다.

향후 금리인상 전망은 현재로서 예측하기 힘들다. 일단 10∼11월에도 경제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문제 등 금융시장의 큰 걱정이 일단 사라졌고, 경제성장 측면에서 한은도 경기침체가 아니라 잠재성장률에 접근한다는 생각일 것이고, 향후 인플레가 좀더 진행될 것이나 비용견인에 의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9월과 10월의 차이는 결국 추석밖에 달리 없다. 금리인상 여부는 결국 재경부의 용인에 의존할 것이다. 이번에 금리를 올렸다면 앞으로 필요할 경우 내릴 여지도 있어 신축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할 것이나 이번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은 한방향만 열어두게 돼 ‘신축적’이라는 말은 실제로는 ‘경직적’이란 말로 변했다.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올려도 최저수준이 될 것이며 한은의 설명대로 금리유지가 구조조정 때문이라면 앞으로 인플레에 민감한 반응은 덜 할 것이고, 구조개혁이 가시화될 경우 금융시장은 금방 좋아지지 않을 것이어서 한은은 제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 = 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기보다는 시장의 생각처럼 내부적으로 재경부와 의견조율이 안된 것 같다. 유가 상승이 경제에 충격이 되기 때문에 안올린다는 것보다는 지금 올리는 것이 정부의 ‘재정긴축·금융신축’의 저금리 기조를 뿌리채 흔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

10월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이달에도 물가가 전년동월비 2.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돼 0.25%포인트는 올릴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인플레 압력을 인정한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서 올리는 이유를 ‘긴축 선회’로 할 것인지 지난 2월처럼 대략 적응적·사후적 조치로 막연히 이유를 달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정치적인 이유를 배제하고 경제적 영향을 보면 내달 콜금리를 올린다면 은행의 안정된 대출금리를 올리라는 것인지 의사결정에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콜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인플레 압력을 인정하고 유가 인상이 경제에 커다란 외부충격을 준다면 금리를 올려야 했을 것이다. 중앙은행의 기본역할은 충격을 막는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때를 놓치면 나중에 많이 올려도 인플레를 못잡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연말까지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10월에 0.25%포인트 올린다면 금리인상의 시작이 될 것이다. 내년 물가는 3.8%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콜금리는 6.5∼7%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김기형 연구위원 = 자금시장 안정이 명시적으로 되면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견해와 최근 물가불안에 따른 요인들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 중에서 어느게 절실하냐는 선택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더 비중을 둔 것을 판단된다.

유가상승이 지속되고 해외 유동성이 증가해 물가압력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비통화금융기관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금리인상이 곤란하다는 게 한은의 논조인데, 시장의 기대감이 현재 금리수준에 반영돼 있어 장기금리에는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도 명시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현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고, 오늘도 물가상승은 인정하면서도 금융시장안정에 더 비중을 두었다. 한은의 그간 논조는 금융시장 안정과 물가안정 중 물가에 초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직은 금융시장 안정에 더 비중을 둬야 하는 상황인식이 배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9월 이후 시장이 안정이 점차 가시화된다면 4/4분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없이도 시장안정이 명확해진다면 여태껏 풀린 유동성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그런 상황이라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 LG경제연구원 김민태 연구위원 = 일단 시장에 충격은 없을 것이다. 일부 비판이 타당성은 있으나 콜금리 유지는 일반균형 측면에서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호황에 따른 선제적 조치의 필요성이나 현재 물가압력 등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는 금융중개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단기자금 200조원이 실물부문으로 가지 않는 금융불안이 내재한 상황이고, 은행과 투신권의 구조조정 문제나 현대사태의 최정적인 실질해결, 금리인상 시 추가 부도 사태 등 금융부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가상승압력이 비용측면에서 제기된 것이고 현재 총수요측면에서 인플레 갭은 없어 물가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경기도 전환과정에 있고 상반기 기업실적의 호

조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도 좋지 않다. 그런 점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월에 물가가 급등했다. 유가가 상승하고 농산물값도 올라 한은도 위협을 느꼈으나 외부충격에 따른 것으로 한은의 잘못은 아니다. 또 경제전체의 파급효과를 볼 때 한은의 일관성보다는 그 외부 전체를 보는 게 옳다. 특히 추석과 설날 같은 시기에는 자금수요가 큰 만큼 시장을 읽으면서 경제팀이 팀워크를 발휘하는 게 맞다고 본다.

향후 전망은 먼저 지표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표금리는 작년 대우사태 이후로 시장을 제대로 변영하지 못한다. 국고채와 회사채가 떨어지나 실제 기업들의 자금사정과는 다르다. 장단기 금리차와 A급과 투기등급간 금리격차도 심각하다. 정부와 기업, 은행이 마찬가지로 구조조정과 자금안정대책을 수차례 내놨으나 모두 대증적인 접근방식에 불과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투신사 부양책도 마찬가지 대증요법이다.

내년 2월까지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큰 그림이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부실털기가 먼저 선행돼야 하는데 부실은 시간이 가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공적자금 등의 계획안이 마련돼야 한다.

◆ 한국개발연구원(KD) 신인식 연구위원 = 한국은행이 조심스런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구조조정 일정이 1∼2개월 남아이쏘, 종금사 2개가 영업정지 상황이며, 은행은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앞두고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은데 구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올리지 않으면 못올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금융기관의 영업정지 등 불확실성이나 향후 자금시장의 동향을 보고나서 금리를 올려도 늦지는 않는다고 본다.

물가가 비용측면의 요인으로 압력이 가시화되는 것은 사실이고 한편에서는 자금순환이 안된다는 얘기가 제기된다. 앞으로 인플레로 가느냐는 비용요인들이 물가상승심리를 자극하느냐 여부에 대비하는 것과 자금시장 흐름이 중요하다. 특히 사람들이 불안감이 커져 돈이 빠져나가느냐 아니면 안정돼서 금융권에 자금이 유입되느냐를 봐야 한다.

양쪽다 일리가 있는 주장을 펴고 있고 물가인식도 공유되고 있어 금리인상을 유보한 것이 정책판단상의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신용리스크가 있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려도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빨리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 투신권에 250조원이 있었던 것은 버블이었으며 기업 역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경영개선계획 대상 은행들은 대체로 과거 기업금융을 다루던 데이고, 종금사의 단기 기업금융도 불안한 상황이다. 공적자금 투입절차상 투명성이 보장되고 원칙이 유지된다면 아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채권전용펀드 설정이나 신용보증은 좋은 방법이 아니며 정공법을 써야 한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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