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경의선 마지막 기관사 한준기옹

  • 입력 2000년 9월 5일 23시 24분


“6·25 때 내가 몰던 화물열차 꼭대기에 올라 타 피란 오던 사람들이 많이 떨어져 죽었어. 경의선 열차가 다시 달리게 되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남북이 다같이 노력해야 돼….”

1953년까지 남과 북을 잇는 경의선을 운행했던 ‘마지막 기관사’ 한준기(韓俊基·73·서울 동작구 흑석동)씨. 이달 중순경 착공 예정인 경의선 복구 공사 소식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기쁘다”는 말보다 “다시는 동족 상쟁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부터 했다.

한씨는 5일 건설교통부가 발간한 경의선 관련 자료집에서 경의선의 마지막 기관사로 ‘공식 인정’한 인물.

일본에서 태어나 철도 기관사로 일하던 그는 46년 경의선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경의선과 함께 한 그의 삶은 굴곡진 한국사, 뼈아픈 민족 분단사와 맞닿아 있다. 당시는 이미 38선을 경계로 남북이 갈려진 상태.

서울에서 개성 위의 토성역까지 운행하다 6·25전쟁 발발로 이마저 그쳐야 했다. 이후 전세에 따라 서울∼평양까지 달린 적도 있으나 1·4후퇴 이후엔 현재의 서울∼문산까지만, 그리고 53년 7월 27일 휴전협정과 함께 문산 이북 구간 운행은 완전히 중단됐다. 85년 철도청에서 명예 퇴직한 한씨는 경의선이 재개통되면 “꼭 열차를 타고 젊은날에 누볐던 개성이나 토성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황재성·송진흡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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