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 당국의 환율하락 방어대책 효력있나

  • 입력 2000년 9월 5일 15시 10분


연중저점이 붕괴되고 1100원선마저 무너질수 있는 상황에 처하자 외환당국이 다각적인 수급조절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0일과 1일 장중 한번씩 하던 구두개입도 4일의 경우에는 두번씩이나 했으며 외평채 발행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나 외국인이 연일 주식순매도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상승반전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내세운 대책이 효력이 있는지 짚어본다.

▽ 외평채 1조원 발행: 기존 국회동의를 받은 5조원의 한도내에서는 외평채를 신규발행할 여력이 없다. 3조원의 외평채 추가발행안도 국무회의까지 통과됐지만 국회공전에 따라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재경부는 12월에 외평채가 만기도래해서 차환발행할때까지 차환발행분으로 남겨놓은 1조원 남짓을 신규로 발행한뒤 외평채 추가발행안 국회통과분으로 대체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말하자만 당장 쓸 카드가 없으니까 차환용과 신규발행분의 순서를 바꿔 원화절상을 막자는 계산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12월까지 법안이 국회통과되지 못한다면 편법을 쓰다가 채권발행 계획이 뒤틀려질 우려가 있다.

▽외채조기상환:이미 써먹을대로 써먹은 카드이며 더이상 조기상환할 외채 내역을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조기상환의 주체 또한 막연하기 때문에 구두개입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거액외자 유입시 해외에서 소화: 예전에 한국통신 외자유치시점에서 이미 써먹은 카드다. 대우자동차 매각대금이나 동기식 표준채택 가능성 때문에 무산되고 있는 듯한 SK텔레콤 지분매각자금이 유입될 경우 해외예치 방식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달러매도압력을 줄이려는 생각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해외에서 묶어놓을 수 없느며 원화자금이 필요할 경우 강제적용하기 마땅치 않는 방법이다.

▽공기업의 환위험회피 선물환매수 강요 : 이 방안은 최근 두달간 실컷 써먹은 카드다. 공기업들의 외채가 상당하기 때문에 환방어를 위해 일부를 헤지하더라도 무방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나 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환리스크 헤지 방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또한 지나친 정부개입이 될 소지가 있다. 결국 수출업자들에게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주고자 공기업이 희생하라는 주문이다.

▽수급은 여전히 일방적인 공급우위 :8월말 거주자외화예금이 135억6천만달러로 증가하며 지난 98년11월26일의 사상최고치(134억4천만달러)를 돌파했다. 자산관리공사가 3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공기업들의 선취매수분이 10∼2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순수한 민간보유분이 100억달러에 못미치지만 월간 무역수지 흑자가 10억달러선에 정착되면 계속해서 매물화될 것이다.

▽역외매도세 지속 : 외국인이 주식순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 4∼5월 현대문제가 처음 터질 당시 역외세력이 헤지매수했던 50억달러를 본격적으로 털어내고 있다. 8월하순 NDF만기시점에서 되사기를 포기하며 7억달러정도를 추가로 매도했지만 아직도 최소 18억달러정도는 투기매수분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최근들어 주식순매도행진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이 국내주식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며칠간의 외국인 주식순매도는 환율상승을 이끌지 못한다.

▽물가압력 해소에 따른 원화절상 정책 유지: 당국은 일방적인 공급우위 수급속에서 개입에 나서야만 하는 현상황을 내심 즐기고 있다. 외환보유액을 자연스럽게 확충하는 한편 물가상승 압력이 비등해질 경우 환율방어선을 후퇴하면 어느정도 물가상승압력도 해소할수 있고 시장을 통제권내에서 어느정도 관리할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4일 연중저점(1104.10) 붕괴를 굳이 막지 않은채 일단 터준뒤 1100원선 방어를 위해 수급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듯한 당국의 모습은 고정환율제를 추구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며 또다시 원화추가절상을 막기위한 속도조절에 돌입했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당장은 1100원선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공급우위 수급상황이 변하지 않고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환율은 또다시 하락을 시도할 것이다.

결국 무역수지가 적자반전되는 등 경제 지표가 환율상승을 불러 일으킬때까지 원화절상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재문<동아닷컴 기자>j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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