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세계스타]'기록제조기' 장대높이뛰기 엠마 조지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03분


‘하늘을 날고 있을때가 더 편안한 여자’ 엠마 조지(26·호주)가 시드니올림픽에서 ‘부활’을 선언했다.

조지는 한때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장대높이뛰기에서 세계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었다.

지난해 2월 호주 브리즈번대회에서 4m60을 기록하며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을 경신할때까지 조지가 고쳐쓴 세계기록만 무려 16차례.1m72 64kg의 체격을 바탕으로 봉의 탄력에 의지해 4m가 넘는 바를 훌쩍 뛰어 넘는 모습은 한 마리 새를 떠올리게 한다. 비인기종목이던 여자 장대높이뛰기를 한순간에 인기종목으로 부상시킨 것도 조지의 활약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지가 장대높이뛰기에서 이처럼 특출한 재능을 발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아홉살 때 호주의 유명한 어린이곡예단에 입단해 열세살이 될 때까지 곡예사로 활약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조지는 94년 대학진학이후 당시 태동기에 있던 장대높이뛰기로 전환했다. 그해 기록은 2m55의 보잘 것 없는 수준.그러나 단 1년만인 95년 4m25를 뛰어 넘으며 세계기록 행진에 첫 발을 내디디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세비야세계육상선수권에서 여자장대높이뛰기가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을 때 조지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조지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가진 스위스 전지훈련도중 불의의 등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라이벌 스테이시 드래길라(29·미국)에게 세계선수권 첫 우승의 영광을 뺏기는 불운을 겪었다.부상으로 인해 1년여 공백기를 가지는 사이 항상 자신의 이름을 올렸던 세계최고의 자리도 올 미국대표선발전에서 4m63을 기록한 드래길라에게 넘긴 상태.

그러나 여전히 조지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정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조지가 올들어 지난해의 부상에서 거의 회복했기 때문.여기다 조지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뒤 처음 열리는 올림픽 우승마저 드래길라에게 내줄 수 없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여자장대높이뛰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을 놓고 벌어질 각축전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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