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실효성 없는 '거점병원'

입력 2000-09-01 18:43수정 2009-09-2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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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 장기화와 함께 정부가 전국 27개 병원을 지역 거점 병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비상진료체계를 내놓았으나 시행이 겉돌고 있어 현실과 먼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점 병원으로 지정됐다가 취소된 대전 을지대 부속병원 관계자는 1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거점 병원으로 지정했지만 실효성을 느끼지 않았다”면서 “군의관이나 공중 보건의 인력을 신청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병원 관계자도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낯선 시설을 이용해 팀워크를 갖추고 일할 수 있겠느냐”면서 “응급실 지원 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응급실은 파업중인 전공의들이 일부 돌아가며 진료를 하고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국공립병원에만 군의관 12명, 공중 보건의 52명이 투입된 상태이며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군의관 200명과 공중 보건의 200명이 대기중이다. 상황에 따라 투입 인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나 정작 해당 병원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공중 보건의들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충남 지역 공중 보건의 B씨(30)는 “환자를 돌보다 의료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지원 인력으로 뽑힌 의사들이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공중 보건의가 빠져나가면 그 일은 누가 대신하느냐는 것.

반면 현재 군의관 2명을 받아 진료에 투입하고 있는 서울 보라매병원측은 “한꺼번에 많은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데도 소신을 갖고 열심히 일해 주고 있다”며 “수술 때도 보조로 참여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복지부 보건자원정책과 권준욱사무관은 “낯선 환경에서 적응 시간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나 이들은 응급처치 등 1차 진료를 주로 담당한다”며 “거점 병원 지정은 대형병원 마비로 환자들이 거점 병원에 몰리게 되면 인력을 보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인력 투입이 너무 앞서가면 협상 과정에서 의료계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장소 인력 예산(인력 장비)만 확보해 놓고 투입은 신중히 할 계획이라는 것.

복지부는 퇴직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참여하는 의료 인력 자원봉사단을 구성, 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 저소득층 환자를 위해 사회복지관이나 동사무소에 비상 진료소를 설치한다는 방침도 내놓았으나 이것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비상 진료소는 55개 시군구가 신청을 했고 다음주 예산(13억7000만원 신청)이 확정될 예정인데 현재 의사 3명과 간호사 67명만 공모에 응하는 등 인력이 태부족이다. 또 국립의료원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했으나 주로 응급체계 개선 및 일반 병원의 응급체계를 감독 모니터하는 기능을 하는 기구로 비상진료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용관·김준석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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