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권단, 우방 추가지원 거부…不實워크아웃기업정리 '신호탄'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워크아웃 기업인 ㈜우방에 대해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을 하지 않기로 28일 결정했다.

이는 채권단이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거부한 첫 사례로 그동안 정부가 수 차례 밝혀온 부실 워크아웃 기업 정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방은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자체 능력으로 막지 못할 경우 최종 부도처리에 이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금지원 거부 배경〓우방의 주 채권은행인 서울은행 등 22개 금융기관은 전체 채권단회의를 열고 우방에 추가로 1107억원을 지원하는 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률이 54.8%에 그쳐 부결됐다. 추가로 자금이 지원되려면 채권단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서울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방에 대한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초과했다”며 “영업을 지속할수록 손해를 보는 등 채권단은 우방이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방은 3월 채권단이 2차 채무조정을 할 때만 해도 회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으나 6월말 우방이 예기치 않은 부도사태를 맞으면서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도‘그동안 지원한 자금을 일부 날리더라도 지금 손을 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

▽우방 어떻게 될까〓우방은 그동안 채권단의 자금지원으로 만기도래하는 어음을 결제해왔으나 자금 지원부결 소식이 전해질 경우 돌아올 어음 규모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우방 측이 28일 만기도래하는 어음 19억원도 결제가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우방 측은 “채권단의 자금지원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채권금융기관들을 계속 설득할 계획“이라며 아직까지는 법정관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전국 도급순위 28위인 우방이 도산해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현재 시공중인 56개 현장공사 차질과 함께 1500여개 협력업체 및 1만5000여 가구의 입주예정자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며 대구 경북 지역경제에도 부작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워크아웃 기업에 미칠 영향〓채권단의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부실 워크아웃 기업으로 거론되어 왔던 다른 중견기업의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채권단이 회생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리고도 정치적인 압력과 기업부실이 당장 채권은행에 전가될 것을 꺼려 질질 끌고 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이 같은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부실 워크아웃 기업을 정리하도록 채권은행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어 채권단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 자금지원 결정을 위해 열리는 다른 워크아웃 기업의 채권단협의회에서도 채권단이 강경 분위기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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