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박찬호 타격도 수준급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26분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에선 투수도 방망이를 잡아야 한다.

25일 데뷔 첫 홈런을 친 박찬호는 타격에서도 이미 수준급의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공주고 시절 클린업트리오에 속했던 그는 올시즌 처음으로 2할대 타율(0.232)을 유지하며 투수 타격랭킹에서도 9위에 올라 있다. 13개의 안타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5개나 된다.

▽박찬호의 타격이 강한 이유

우선 신체조건(1m85, 92㎏)이 뛰어나다. 또 초구부터 공략하는 타격자세도 좋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 직구에 강한 것도 강점이다. 이날 홈런 역시 바스케스의 초구 직구를 노린 것. 아무래도 힘이 떨어지는 투수로서 풀스윙보다는 밀어치기에 치중하는 것도 강점이다.

▽메이저리그 투수의 타격성적

투수도 홈런왕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춘 선수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 그는 강타자이기 이전에 명투수였다. 1921년 59홈런 신기록을 세우기 전인 1916년 23승12패1세이브 평균자책 1.75, 1917년 24승13패2세이브에 평균자책 2.01을 올린 그는 보스턴의 훌륭한 에이스였다. 돈 드라이스데일은 58년과 65년 각각 7개의 홈런을 날려 이 부문 최고기록 보유자. 그는 69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29홈런을 쳤다.

올해는 박찬호의 입단 동기생인 대런 드라이포트가 연타석홈런을 치는 등 홈런 3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투수의 타격실력

국내프로야구는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투수가 타석에 서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투수 타격왕은 누가 뭐래도 해태 김성한코치다. 82년부터 85년까지 투수와 타자를 겸업했던 그는 82년 투수로 10승을 올렸고 85년에는 홈런왕을 차지한 만능선수였다.

전업 투수만 놓고 보면 84년 한국시리즈 4승에 빛나는 롯데 ‘무쇠팔’ 최동원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는 84년 딱 한번 타석에 섰지만 역전 2타점 결승 2루타를 날렸다.

현역 투수중에선 해태 이대진의 방망이가 가장 굵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 광주 진흥고 4번타자 출신인 그는 공식경기에서 단 한번도 타석에 선 적은 없다. 그러나 그가 훈련때 배팅볼이라도 치는 날은 광주구장에 세워둔 자동차는 모두 대피를 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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