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기업 주가관리 "바꿔 바꿔"

  • 입력 2000년 8월 22일 19시 01분


코스닥시장이 장기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일부 기업이 주가를 높이기 위해 종전과는 다른 수단을 채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작년부터 코스닥기업들은 주가관리를 위해 액면분할과 유무상증자 타법인출자 등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당시 액면분할과 유무상증자는 유통물량이 적었던 종목들에 대체로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이 활황세를 거치면서 이같은 수단은 더 이상 효과를 낳지 못했다.

▽주가관리 수단 바뀐다〓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유일반도체는 코스닥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주권액면병합을 하기로 했다. 액면가 100원인 주식 5주를 합쳐 액면가를 500원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유통물량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코스닥증권시장측은 “앞으로 액면가가 낮은 기업들이 액면병합을 실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시장 최고의 반도체장비업체로 꼽히는 주성엔지니어링은 역시 코스닥종목으로 반도체 전문제조업체인 아펙스와의 합병을 추진중이다.

등록종목간 인수는 처음으로 12월 15일 합병이 완료되면 아펙스는 사라지고 주성엔지니어링만 남게 된다. 이에 앞서 로커스는 변압기 부품을 만드는 코아텍시스템 지분 33.6%를 인수해 계열회사로 편입시켰다.

코스닥기업들이 활발하게 추진하는 타법인출자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창업투자회사(벤처캐피털)처럼 ‘대박’을 노린 낚싯줄식 출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 들어 비슷한 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한 타법인 출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주가에 어떤 영향 주나〓유일반도체는 액면병합을 공표한 21일 이후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아펙스를 흡수하는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로커스는 오랜 하락세를 벗어나 22일 상한가로 반등했다.

삼성증권 손범규연구원은 “액면병합은 유통물량을 줄이는 긍정적 영향이 있고 합병은 기업간 수직체제를 갖추면 통합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하지만 타법인출자의 경우는 아직 창투사식 투자가 많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손연구원은 이어 “액면 병합이나 기업간 합병 등 새로운 주가관리 수단의 효과는 코스닥시장 장세에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어 그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LG투자증권 서도원과장은 “주성엔지니어링과 아펙스간의 합병은 반도체 전공정 장비 부문의 통합효과로 내년 하반기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이 어려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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