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개미열전]"수익이 나면 반드시 인출"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57분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은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에 늘 귀를 기울인다.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동료 개미 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또는 어쩌다 실패했는지. 일단 이야기 자체가 무협소설 처럼 흥미진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도 성공을 꿈꾸고 실패에 대비한다.

팍스넷과 KBS제1라디오 경제가 보인다 는 최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투자 성공담 실패담 수기를 공모해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글에서 타산지석 의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당선작 몇 편을 소개한다.>>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잃지 않겠다는 자세로만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서른을 넘겨서 주식에 처음 손을 댄 이석진씨(가명·35). 그는 요즘도 주식을 사고 팔 때면 늘 이렇게 되뇌인다. 지난 2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실패와 상처를 경험한 끝에 스스로 터득한 '투자 철학'이다.

대부분의 '개미'들처럼 이씨가 주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한 풀 꺾인 뒤 주식 시세판이 온통 빨간 색으로 물이 들 무렵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몇 백만원어치의 주식을 산 뒤 30분만에 20만원을 벌었을 때 이씨는 경이로움과 충격을 느꼈다.

한 번 '고기맛'을 보자 투자 금액은 조금씩 늘어났고 어느덧 수천만원으로 불어났다. 1억원어치 매수 주문을 넣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배포'도 커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원금은 늘 제자리를 맴돌았다. 원금이 커 수익이 컸지만 그만큼 손실도 컸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증시가 몇 차례 폭락을 겪으면서 눈깜짝할 사이에 원금의 3분의 2를 날려버린 것. 이씨는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부모 형제 얼굴도 마주대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주 조금만 사보자. 그러면 손실도 적고 겁이 나지않을테니까 내 주관대로 매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씨는 300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그리곤 10만원의 수익을 올리자 곧바로 팔아버렸다. '좀 더 올라봤자. 몇 만원밖에 안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매도 주문을 낼 수 있었다. 그는 "그 이후로 욕심을 버렸다"면서 "주식이 올랐을 때의 수익을 계산하기보다는 내릴 때의 손실폭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밝혔다.

현재 이씨가 주식 투자를 위해 넣어둔 예수금은 정확하게 1000만원. 줄어들 때는 있지만 더 늘지는 않는다. 수익이 나면 곧바로 인출해버리기 때문이다. 수익은 찾기 전에는 내 돈 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 이씨는 또 전체 예수금 가운데 3분의 1만 투자를 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유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올린 수익이 어느새 60% 가량의 수익률에 이르렀다. 이씨는 "원금이 적어 수익도 적지만 3000만원을 투자했을 때도 몇 십만원 벌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매우 만족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주식을 알고난 뒤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씨는 말한다. 인생 공부 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고통은 욕심에 비례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투기라는 생각을 버리고 적은 돈으로 해볼 요량이면 주식은 분명 공부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석진씨의 투자수칙▼

△주식은 컨디션이 좋은 날에만 매수한다 △수익금은 반드시 인출한다 △손절매를 할 때는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남들이 선호하는 주식을 산다 △거래가 늘지않는 종목은 매수하지 않는다 △매수하려는 자가 거의 없을 때가 바닥이다 △매수하려는 자가 가장 많은 때가 천정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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