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해진/北 가족 만나려니 가슴 벅차

  • 입력 2000년 8월 14일 15시 11분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것인가. 꿈인지 생시인가. 그래도 죽기 전에 이렇게 만나게 되니 얼마나 행운인가. 황해도 황주에서 남으로 내려 오던 일이 눈에 선하다. 중학생이던 나는 학교에 가려고 아침을 먹던 중이었다. 친척 중의 한 분인 국군이 압록강 가까이 갔다가 급하게 후퇴하던 때였다. 그 군인 친척이 그 날 아침 급히 집으로 와서 피하자고 했다. 2남 3녀 중 위로 두 형제만 한 열흘 피해있다가 오자는 것이었다. 열흘이면 돌아갈 줄 알았는데 50년이 됐다.

여동생 3명과 형수님이 북한에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방북단 최종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복받쳤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기 어려울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그래도 다시 못 뵙는 것이 한이 된다. 살아계실 때 한번이라도 만나뵈었다면 좋았으련만…. 형님은 이번에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아 함께 가지는 못한다. 형님도 함께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족들이 생각나면 너무나 힘이 들었다. 울적할 때는 한 잔 술로 마음을 달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제 그런 아픔의 50년 세월을 보내고 여동생들을 만나러 평양에 가게 되니 너무나 가슴이 벅차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김해진(서울 중랑구 면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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