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터뷰]'X세대 영화의 왕'…'도그마'감독 케빈 스미스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11일 비디오로 출시되는 미국영화 ‘도그마’는 불경스럽고 발칙하다. 예수의 후손이 하필이면 낙태 전문의이고,예수가 흑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하느님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린다.

이 심각한 종교적 논쟁거리를 아무렇지도 않은 농담처럼 버무려 관객에게 툭 던지는 감독 케빈 스미스(30)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의 ‘체이싱 아미’가 97년 공개됐을 때 미국 ‘타임’지는 그에게 ‘X세대 영화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적이

있다. ‘동세대의 대변인’으로 불릴만큼 지금까지 모두 5편의 영화에서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의 풍속도를 솔직한 수다로 풀어낸 케빈 스미스 감독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의 영화에는 꼭 만화가 인용되고 ‘스타워즈’에 대한 패러디와 농담이 끊이지 않으며 줄곧 하키가 언급되는 등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그는 “영화의 소재를 대부분 내 삶에서 얻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릴 때 만화에 푹 빠졌고, 하루에 여섯시간씩 TV를 보고 자랐고, ‘스타워즈’에 열광했다. 친구들과 성에 대한 농담도 자주 했고 20대 초반엔 하키에 매료됐다. ‘도그마’도 내가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내가 잘 아는 대상을 영화화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톨릭 신자들이 항의시위를 할 정도로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94년 선댄스,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흑백영화 ‘점원들’ 역시 고향인 뉴저지 편의점에서 일하던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근무시간이 끝난 뒤 가게에서 촬영한 것. ‘점원들’부터 ‘도그마’까지 그의 모든 영화들에는 별 목적이나 야망없이 살아가는 동세대 젊은이들의 모습이 비쳐진다.

“부모들이 일생을 바쳐 일하는 것을 보고 자랐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는 그처럼 성취지향적인 인생을 원하지 않는 것같다. 즐거운 일을 하고 싶어하고, 정치 그 자체보다 대통령의 스캔들이 궁금하고, 목표를 향해 진력하기보다 가장 적은 노력을 들여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하고…. 평생 감독을 하겠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즐겁고, 내 관심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영화감독을 하는 것이었을 뿐이다.”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관계”라고 대답했다. “‘점원들’은 사내들끼리, ‘체이싱 아미’는 남녀가, ‘도그마’는 인간과 신이 어떻게 관계맺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영화들이다. ‘삐딱하게 보기(www.viewaskew.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도 자주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얼마나 매혹적인 것인가!”

결혼한 뒤 아빠가 된 지금은 “결혼과 부성(父性)을 기존 영화들과 다르게 다뤄보는 영화를 생각중”이라고. 이제 인생의 다른 단계를 맞이할 때라고 생각한 것인지, 그는 “‘도그마’는 ‘스타워즈’를 언급하는 마지막 영화고, 늘 고향 뉴저지에서 영화를 찍었지만 다음 영화는 뉴저지에서 촬영하는 마지막 영화가 될 거다. 성인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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