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부/영어동호회]"영어숲속에 '엄마들의 마을' 세웠죠"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47분


▼인터넷 '마이클럽 닷컴' 주부 영어동호회▼

“대학 때 교양영어 이후로 영어와 담쌓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영어공부를 안해도 아쉬울 것 없었는데, 인터넷도 마음껏 하고 외국으로 여행도 가고 싶어지면서 슬슬 영어가 아쉬워지네요. 학원을 등록하기도 뭐하고…. 영어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고 싶어 가입했어요.”

여성인터넷사이트인 마이클럽닷컴(www.miclub.com)의 소모임 ‘주부들을 위한 영어의 모든 것’ 게시판에 한 주부가 올린 글. 제목은 ‘다시 시작하는 자의 황망함’이다. 주부들의 영어공부에 대한 ‘갈증’이 슬며시 배어난다.

이 모임은 마이클럽닷컴의 ‘아지트’(동호회방) 1000여개 가운데 ‘영어도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영도사모)’에서 주부들끼리만 따로 뭉쳐 만들었다. 1200여명의 회원이 모인 ‘영어도사’가운데 주부들만 따로 모인 까닭은 간단하다. 대학생들이 주축인 영어모임에서 실력이 짧은 그들이 ‘왕따’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영어공부에 대한 정보를 나누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점이야 기존 모임과 다를 바 없다.

"실력 짧아도 기죽지 말자" 열정 영어동화등 교육정보도 나눠▼

하지만 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주부들답게 자녀들의 영어교육 문제다. 엄마처럼 ‘영어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기를 원치 않기 때문일까.

소모임을 책임지고 있는 이은영씨(29·영어동화연구가·경남 진주시 신안동)는 영어동화로써 아이들이 영어와 친해지도록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딸아이가 네 살인데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자꾸 내용을 궁금해하는 것 같아요. 한국말로 해설을 해줘야 할까요.”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이씨는 대답을 인터넷에 올린다.

“물어보면 설명해주세요. 하지만 하나하나 해석해주지는 마시고요. 영어로만 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무리하게 영어로 읽어주는 건 아이에게 부담이 된다고 봐요.”

세살배기 아들의 엄마인 이씨는 “아이들에게 영어동화를 읽어주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열기가 대단하다”며 “집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물어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월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채팅방에서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 쓸만한 교재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채팅방에서 오가는 대화 속에서 주부들의 영어공부에 대한 각오를 쉽게 엿볼 수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주부 박은혜씨(38)의 말.

“이 사이트에서 하루 한마디씩 영어표현을 배우거나 채팅방에서 영어 스무고개를 하면서 단어와 표현을 익혀요. 중학교 1학년생 아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집에서 가능한 한 말은 영어로 하기로 약속했어요. 실력이 부쩍부쩍 늘어가는 아이들 앞에서 한심한 엄마로 보이고 싶지는 않거든요.”

초기단계의 동호회지만 회원들의 기대는 크다. 육아휴직중인 중학교 교사 장관숙씨(31·수원시 권선구 권선동)는 “아이에게 짬날 때마다 영어동화책을 읽어주지만 부산말투 때문에 발음에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면서도 “모임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영어동화를 읽어주는 모임이나 주부들만의 영어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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