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도쿄에서]일본의 부끄러운 속살 오키나와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44분


얼마전 오키나와에서는 선진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지금 오키나와 도민들의 부풀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가장 큰 관심거리인 미군기지 이전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서둘러 이 섬을 떠났기 때문이다. 1972년까지 미국 통치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오키나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도 말이다.

오키나와는 늘 일본의 행복과 번영, 그리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바쳐진 희생양이었다. 이같은 역사의 상흔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지금도 아픔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이 책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심중을 날카롭게 대변한 저서다. 저자는 정치학자로 류큐(琉球)대학의 교수로 있다가, 1990년부터 8년간 오키나와현의 지사를 역임한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는, 에도시대 사츠마항의 오키나와 침략, 메이지초의 ‘류큐(琉球) 처분’에 의해 오키나와가 일본에 강제 편입된 과정을 주의깊게 검토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오키나와 문제’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으며, 극복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오키나와 및 오키나와 도민들에게 가장 비참했던, 제2차 대전 말기의 ‘오키나와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파헤쳤다는 점이다. ‘오키나와전’은 이 섬 사람들의 목숨을 삼분의 일이나 앗아간 문자 그대로의 ‘지옥’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비참한 싸움이 오키나와에서 벌어졌던 것은 일본이 ‘본토 결전’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 승산없는 전투를 오키나와에서 질질 끌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즉 오키나와는 일본의 총알받이였다는 것이다.

패전 후에도 오키나와는 미국과 일본의 흥정의 대상이었다. 일본은 오키나와를 미국에 바치고 그 대가로 미일강화조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오키나와에 상륙한 미군은 치외법권적인 권력을 누리면서, 오키나와를 동아시아 전략의 중심지로 삼았다. 특히 베트남 전쟁 때에는 오키나와가 중요한 거점이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1972년에 오키나와는 일본에 반환(재편입)됐지만 ‘오키나와에 기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지 속에 오키나와가 있는’ 상황은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68년으로, 오키나와가 아직 미국의 통치하에 있던 때이다. 당시는 ‘오키나와 반환 운동’이 한참이었는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저자도 일본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로부터 3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저자는 미군기지 문제를 줄곧 고민해 왔고, 지난번 지사 선거에서는 기지 문제보다는 경제진흥책을 우선한 보수계 후보에 패하고 말았던 저자가, 통한의 심정으로 68년판의 일부를 수정해서 신판을 낸 것이 이 책이다. 일본과 미국의 틈새에 끼어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오키나와는 냉전체제의 가장 안쓰러운 제물이었는지 모른다.

▼추한 일본인―일본의 오키나와의식(醜い日本人-日本の오키나와意識) / 오오타 마사히데 지음/ 이와나미서점▼

이연숙(히토쓰바시대 교수·사회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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