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ooks]'사이버 이기주의' 팽배

  • 입력 2000년 8월 1일 19시 16분


첨단기술이 실리콘밸리에서 미국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언론인인 파울리나 보숙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첨단기술문화를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책 ‘사이버 이기주의’를 내놓았다.

이 책에서 보숙이 내린 결론은 첨단기술 문화가 엄청나게 반정부적이고 반규제적이며 “심리적으로 연약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첨단기술 문화가 “우리 모두가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인간적인 유대감의 결여를 드러내고 있으며 모든 것을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계약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집단을 이루고 있는 영장류들의 삶을 적어도 참을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첨단기술 문화는 이 사회를 강한 이빨과 발톱을 지닌 자가 살아남고 시장에 내놓을 것이 없는 얌전한 사람들은 소멸해 버리는 곳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보숙은 오늘날 첨단기술 문화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자유주의라고 주장한다. 자유방임적인 자유시장경제에서부터 ‘무정부적인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 문화의 특징들이 자유주의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기술 문화는 또한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카지노 같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완벽한 거울처럼 추하고 이기적인 행동규범과 기능들을 자랑한다.

보숙은 기술자유주의자들이 즐겨 내세우는 주장들이 대부분 ‘생체경제학’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기술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인 행동을 설명하고 분산주의적인 자유시장체제를 지지하기 위해 생물학에서 차용한 은유를 즐겨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숙은 생체경제학이 “경제는 열대우림과 같다”고 선언했다고 썼다. 즉 생체경제학은 “아무도 열대우림을 관리하거나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으며 열대우림은 스스로 진화해 나가도록 내버려두었을 때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행복한 원숭이들과 예쁜 나비들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다윈주의는 정글에서 번성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 즉 “지나치게 민감하고 적응성이 부족하며 상업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보호도 제공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장 뛰어난 사람들의 승리조차도 보장해주지 못한다. 보숙은 “형편없는 기술과 훌륭한 마케팅이 결합하면 훌륭한 기술과 형편없는 마케팅의 결합과 상대해 언제나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첨단기술 세계의 추악한 비밀”이라며 “이처럼 다윈 식의 적자생존에 걸맞은 능력 외에 다른 요인들이 기술과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숙은 이처럼 기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자신 역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주장에 동의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녀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아무의 간섭도 받지 않는 것”이라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해주고 싶다는 권력에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미국 정부가 “기술과 관련된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문제를 형편없이 처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보숙은 첨단기술에 푹 빠진 사람들이 규칙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과 기계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사람들의 감정과 예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해 현실에서 사이버 세계로 도피하며 시민으로서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보숙은 ‘사이버 이기주의’에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공정성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전체적으로는 상식과 예전의 인본주의를 결합해서 현재의 첨단기술 문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보숙은 60년대의 저항문화와 80년대의 레이건주의에 첨단기술 문화의 뿌리가 있음을 훌륭하게 밝혀냈으며 첨단기술 문화의 성장이 낳은 사회적 정치적 부산물을 밝혀내는 데에도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books/072500borsook―book―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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