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남북한 동시입장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흰색 바탕에 청 황 흑 녹 적의 5색 동그라미를 위에 3개, 아래 2개로 나눠 고리를 엮듯이 배치한 올림픽기(旗)는 올림픽운동을 통해 세계 5대륙의 결속을 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기를 고안한 사람은 근대 올림픽경기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쿠베르탱(1863∼1937). 그는 191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이 기를 처음 선보였으며 1920년 벨기에 앤트워프대회 때부터 주경기장에 참가국의 국기와 함께 게양되고 있다.

▷남북한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9월15일∼10월1일) 개막식에서 분단 이후 처음 국기 없이 올림픽기만을 앞세우고 함께 입장할 것으로 보인다. IOC는 엊그제 스위스 로잔 IOC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나타내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지난달 남북한 선수단이 양측 국기를 들고 올림픽기를 따라 함께 입장토록 하자고 남북한 정상에게 제안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올림픽기만 들고 입장하자는 수정의견을 냈었다. 따라서 남북한의 ‘올림픽기 입장’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북 분단 이후 스포츠를 통한 ‘작은 통일’은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91년 단일팀 구성에 관한 합의에 따라 남북한은 그 해 일본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 남쪽의 현정화와 북쪽의 이분희가 주축이 돼 여자단체전 우승의 감격을 일궈냈다. 또 그 해 6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도 단일팀이 나가 예상을 깨고 세계 8강에 올랐다. 당시 단일팀 명칭은 코리아, 단가(團歌)는 아리랑, 단기(團旗)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으로 한반도를 그린 깃발이었다.

▷남북 정상의 6·15선언을 계기로 스포츠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28일 평양에서 통일탁구대회가 열려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하나가 된 바로 그 날, IOC는 시드니 올림픽 남북한 동시입장을 결정했다. 내년에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다시 단일팀이 출전하고 2002년 월드컵에서도 남북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이 곧 한반도 평화통일의 소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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