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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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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의 인권과 법을 전 세계에 알리려 애썼던 제임스 웨스트 박사가 4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98년 10월14일.
그의 친구였던 박원순(朴元淳)변호사는 당시 추도사에서 “온 세상의 이치와 문리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라는 구슬로 꿰어 맨 당신은 이제 막 발진한 탐사선과도 같았다”며 “몇 세기 안에 당신 같은 친구를 또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웨스트 박사는 1955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79년 미국에 유학 중이던 전경자(全慶子)현 가톨릭대 영문과 교수와 결혼, 82년부터 95년까지 한국에서 변호사와 법학자로 활동했다. 사망 당시 그는 하바드대 로스쿨 교수였고 잠시 한국을 방문중이었다.
생전의 그는 진보적 시각에서 한국의 민주화와 소외 계층의 인권, 그리고 노동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이 관심을 수십여편의 영문 논문과 단행본들을 통해 세계에 알렸다. 91년작인 단행본 ‘한국의 인권’과 ‘한국의 법학교육’, 12·12및 5·18사건과 재판을 다룬 97년작 논문 등은 한국을 이해하려는 외국 법학자들의 필독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윤대규(尹大奎)부소장(법대 교수)은 “그는 외국인 법률가로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거의 유일한 ‘창(窓)’이었다”고 말했다. 윤교수는 웨스트의 ‘한국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한국인 법조인과 법학자 17명과 함께 영문 추모논문집인 ‘최근 한국 사회와 법의 변화(서울대 출판부)’를 6월10일 펴냈다.
20편의 논문은 법의 관점에서 한국의 정치 사회 법조 경제 등 각 분야의 변화상을 심도 있게 기술하고 있다. 한국인 스스로가 ‘창’이 되겠다는 웨스트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한편 부인인 전교수는 98년 “한국의 인권과 노동문제 등에 관심이 깊은 외국 젊은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부의금 2100만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이 돈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제임스 웨스트 인권 장학금’(공동회장 박원순·양건 한양대 법대 교수)은 28일 회의를 열고 첫 수혜 대상자를 선정한다. 제2의 웨스트를 만들기 위해서다. www.jwest.org 또는 723―5301.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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