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망치는 '거짓말 정치'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17분


김대중대통령은 6월5일 16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야당과 정책을 통한 경쟁,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른바 상생(相生)의 정치를 약속했던 4월24일 여야(與野) 영수회담의 합의정신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또 민주당 총무는 한나라당 총무에게 “여야 합의하에 최선을 다해 대화와 타협으로 법 의안을 처리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일방 강행 통과나 날치기 처리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말들은 두 달이 채 안돼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이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저지른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는 일개 법안의 변칙처리라는 현상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 정권이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정치를 또다시 ‘거짓말 게임’으로 전락시키는 보다 치명적인 악수(惡手)를 두었다는 데 있다.

거짓말과 모략의 정치는 새 시대 새로운 정치에 목말라 있는 국민에게 엄청난 패배감과 허무감을 안겨줄 것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 또한 무섭게 확산될 것이다.

민생안정을 위해 긴급처리가 불가피한 사안도 아니었다. 도대체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드는 것이 모든 정치적 약속을 파기하고 날치기를 해야 할 만큼 시급한 일인가. 한나라당이 처음부터 반대하고 나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은 말이 안 된다.

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해 원내교섭단체 정족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야당을 설득하고 합의를 얻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 원칙’이다. 과연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묻고 싶다.

이번 날치기사건과 관련,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나라당―자민련간 이면합의설’의 진위는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한나라당측이 자민련을 위해 원내교섭단체 정족수를 줄여주기로 뒷거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측이 자신들의 날치기 행위를 물타기하려고 의혹을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인지, 그 진상을 반드시 밝혀내 어느 쪽이든 엄중히 정치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집권세력이 거짓말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 한 모처럼 찾아온 새로운 남북관계의 희망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내치(內治)가 불신으로 흔들리는 한 ‘외치(外治)’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날치기에 대해 사과하고 국회법 개정안의 무효화를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거짓말 게임’으로 전락한 정치의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 ‘거짓말 정치’는 나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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