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올스타전 '빛바랜 잔치'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47분


2000 올스타전 MVP 송지만
2000 올스타전 MVP 송지만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꿈의 구연’이라는 올스타전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최고의 플레이로 팬들을 기쁘게 하는 게 기본 취지. 하지만 즐겁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팬들을 성나게 한다면 경기자체가 벌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

‘추억의 홈런레이스’ 등 참신한 볼거리로 관심을 불러모은 2000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일부 선수들의 불성실한 플레이 때문에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팬들의 분노를 산 것은 23일 제주에서 열린 2차전. 9회말 4―2로 앞선 상태에서 등판한 매직리그 구대성(한화)은 연속 3안타로 1실점하고 2사후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그는 홍성흔 타석에서 폭투로 동점을 내주고 원바운드 볼로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 역전 패전투수가 된뒤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웃으면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모습을 TV로 본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본사로 빗발치듯 항의전화를 했다. 40대 골수야구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영실씨는 “명색이 프로선수들인데 이렇게 팬들을 우롱해도 되느냐”며 흥분했다. 다른 팬들도 “너무 성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긴 마찬가지.

마산 1차전에선 5―6으로 뒤진 연장 10회말 2사후에 매직리그의 양준혁(LG)이 동점홈런을 쳐 연장전이 이어지자 매직리그 더그아웃의 몇몇 동료들이 “분위기 파악 못한다”며 원성을 보낸 사례도 있었다. 양준혁은 “홈런 치고 욕 먹기는 처음”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허구연 MBC TV해설위원은 “전반적으로 이번 올스타전은 경기내용이 알찼음에도 일부 선수들의 태도가 눈에 거슬렸다”고 밝혔다.

물론 올스타전은 정규리그 승패와 기록에 상관없는 ‘번외경기’. 하지만 프로선수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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