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자 수는 줄었지만

  • 입력 2000년 7월 21일 18시 50분


6월 실업자수(79만3000명)와 실업률(3.6%)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2월 실업률 8.6%, 실업자수 178만명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어 이만큼 상황이 호전된 데는 지속적인 경기회복과 농어업 건설부문 등 계절적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 실업 위기에서 일단 벗어나 앞으로는 실업률이 4%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도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은 전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경제위기 이전 30∼40%였던 임시직 일용직 시간제 파견제 도급제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계속 높아져 이제 전체 근로자의 절반을 넘는 53%를 차지한다. 고용정책의 목표를 단순한 실업률 낮추기에서 고용의 질(質)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높아지다 보면 결국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 안정을 해치게 된다. 정부와 기업은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소득과 노동권리를 보장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기실업자가 늘어나 빈곤선 이하로 떨어진 저소득층이 증가하는 것도 큰 문제다. 1년 이상 장기실업자가 6월말 기준으로 전달보다 5000명 증가해 전체 실업자의 2.5%, 2만명에 이르고 있다. 일단 실업기간이 길어지면 구제비용이 많이 들고 실업대책 프로그램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장기실업의 고착화를 막는 노력이 시급하다.

20, 30대 연령층에서는 실업자가 감소하는 데 비해 40, 50대 연령층에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40, 50대는 정보화 수준이 낮아 신생 벤처기업 등에 재취업하기 힘들다. 또 직무 중심의 중도 채용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 기업의 낡은 고용 관행이 중년층의 재취업을 가로막고 있다.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생계형 공공근로 사업을 감축하는 대신에 지식기반 경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중년 실업자들의 정보화 취업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3%로 미국 등 선진국의 60%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국민소득 수준에 걸맞게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균등한 고용 기회 보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3.9%)에 비해 실업률이 높은 부산(5.9%) 광주(5.2%) 등 지방 거점도시의 실업 대책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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