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韓銀이 금리하락에 제동건 까닭은

  • 입력 2000년 7월 20일 10시 08분


한국은행이 금리하락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19일 통안증권 발행을 확대해 금리가 더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강한 톤으로 밝혔다.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은이 금리하락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는 뭘까.

채권시장이 투기장으로 흐르고 있다는 장세진단에다 급락후 급반등시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의 채권시장은 경제기초여건(펀더멘탈)을 감안하지 않고 금융기관의 머니게임으로 투기화장화 되면서 과열돼 있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금리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하루 낙폭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재경부가 8천억원의 5년만기 외평채를 발행하고 한은이 5천억원의 2년만기 통안증권을 발행한 지난18일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7.93서 7.79로 0.14%포인트나 급락했다.

3년만기 회사채는 8%대로 하락하는 등 주요 장기금리 사흘연속 연최저행진을 벌였다.

금리가 이처럼 급락하고 있는 있는 이유는 금융기관들의 자금은 풍부한데 이 자금이 국채 통안증권 국공채 등 리스크가 없는 일부 우량채권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가 호조를 보여 정부가 국채발행을 줄이자 우량채권의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량채권의 수급호조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자 우량채권을 앞다퉈 사들여 금리가 더 떨어지는 등 우량채권의 금리는 날개없이 추락해온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우량채권만 사들이고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BBB-BB급 회사채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의 돈가뭄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이다.

정부-노조간 금융대타협으로 관치금융을 없애기로 한 다음에는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이 더욱 헛바퀴가 돌고 있다. LG증권이 14일 발행할 예정이었던 발행시장CBO(채권유동화증권)은 은행의 10조원의 채권형펀드 출연 지연과 CBO신용보강요구 등으로 내달 2일로 늦춰졌다.

이처럼 자금이 필요한 기업 부문으로 전혀 흐르지는 않는 신용경색 속에서 금융기관들의 머니게임양상을 띠며 우량채권의 금리가 급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한은의 시각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하반기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지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율이 3%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되는 펀더멘탈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없는 3년만기 국고채금리 9%가 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데 회사채금리가 9%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펀더멘탈을 얘기하는 딜러는 '곰바우'로 통할 정도로 수급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성장률 물가 등 펀더멘탈은 외면을 받아왔다.

한은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금리가 급락한 후 급반등할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투신사들이 부실화되고 자금이 밀물처럼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대우그룹 워크아웃 외에 작년에 금리가 급락한 후 급반등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작년상반기 채권시장이 투기장화되면서 3년만기 국고채금리가 5.93%까지 급락했다가 하반기에 9%중반으로 급반등함에 따라 투신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입어야 했고 이로인해 투신사들이 부실화됐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펀더멘탈을 무시하고 투기장화되면서 금리가 급락한 다음에는 용수철 처럼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작년 투신사 부실화에서 경험했듯이 금융기관들이 또한번 부실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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