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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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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고, 또한 본격적인 생명과학시대를 앞두고 의학 교육과 연구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계의 현실은 무분별한 대형 병원의 설립과 의과대학의 과잉 신설로 매년 30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되고, 그들 대부분이 수련 과정을 거쳐 전문의사가 되고 있어 공급 과잉에 따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의료의 현실 문제를 극복하고, 21세기에 한국 의학이 세계화하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는 모든 의사들이 질병 치료에만 치중하지 말고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정부도 국민 보건을 관리하는 보건소나 복지부 등에 많은 전문의료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둘째, 앞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에서 우수한 의과학자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의학 이학 복합학위과정(MD―PhD program)을 도입하고 그들에게 장학금과 병역 특례를 부여해 우수한 의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셋째, 의학의 사회적 역할이 다양화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의대 졸업 후 거의 대부분이 수련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어 진료에 종사해 왔다. 앞으로는 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해 다양한 학문 분야의 배경을 가진 학부 졸업자가 의학 교육을 받아서 의공학, 의료정보학, 법의학, 환경의학, 의료행정, 보건정책 등 넓은 영역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21세기에는 한국 의료도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국가간에 장벽이 없어지는 시대를 맞아 의료산업도 해외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겠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근무하는 국제 감각을 가진 보건의료인도 나와야 하겠고, 의료 선교사도 양성해야 한다. 남북한 보건 의료 협력과 학술 교류는 물론, 통일에 대비해서도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한국 의료가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정 관념과 획일적인 틀을 허물고, 의학 교육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최근 제시한 것처럼 임상의사의 양성은 현재처럼 6년학제(2+4)를 유지하고 의과학자나 의학 관련 전문 분야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원(4+4)학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정부는 의대 학제와 의학 교육 개혁에 필요한 모든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
허갑범(연세대 의대 교수·대통령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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