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선수구타사건 "때린것 보다 더 나쁜건 국민 속인 것"

  • 입력 2000년 7월 19일 14시 22분


한창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2000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가 한 감독의 선수구타로 화제.

정작 대회는 극심한 무관심 속에 흥행부진을 보이고 있는 차에 이런 일로라도 눈길을 끌게 된 점이 아시아 최강 한국 여자농구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7월초 많은 관심을 모은 현대건설 진성호 감독의 선수구타는 사건 자체보다 관련보도와 현대측(진감독 포함)의 태도가 더 흥미.

7월초 KBS는 저녁 간판 스포츠뉴스를 통해 진성호 감독이 6월29일 경주에서 J모선수를 고막이 터질 정도로 구타했다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타설은 나중에 현대건설측이 공식발표한 것처럼 사실로 확인.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보도가 나가던 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현대의 경기가 열렸는데 진감독이 스포츠지 4사 기자에게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한 점이다.

예상대로 진감독은 KBS가 취재해갔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미리 해명한 것.

진감독의 사전교육을 받은 기자들은 저녁 KBS뉴스를 선입관을 갖고 봤고 다음날 두 곳에서 KBS보도에 반대입장을 담은-진감독을 옹호하는-기사가 두 군데에서 나왔다.

또 현대건설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KBS보도를 부인.

KBS는 한솥밥을 먹는 동업자들이 취재원에게 술한잔 얻어먹고 뒤집는 보도를 했다며 내부적으로 원성을 높였고 이후 몇차례 구타설에 관한 후속보도를 하며 진감독 죽이기에 착수.

결국 1주일이 지날 무렵 현대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구타사실을 시인했으며 진감독의 출전금지시키는 자체징계했다.

두 신문사가 현대측에 강력히 항의했고 현대는 KBS에 사과방문을 하는 등 수습에 부심.

현대와 진감독은 시대에 역행하는 선수구타의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은 물론,언론보도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두 번의 잘못을 범했다.

현대와 가까운 기자들에게도 오보를 유도함으로써 큰 오점을 남김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입단속을 시켰다는 후문.

구타 자체도 불쾌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 은폐기도가 더 기분 나쁜 일련의 추태였다.

< Cyber Reporter enterspor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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