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냘퍼도 신선한 외침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41분


가냘프지만 신선한 외침이다. 정치 현실의 벽에 부닥쳐 커다란 메아리가 되어 울리지도 못하지만 의미있는 ‘항변’이다. 여야 초선의원 중심의 7명이 18일 발표한 ‘공격수 거부 선언’에서 우리는 낡은 정치가 느린 속도로나마 탈각(脫殼)으로 나아가는 조짐을 읽는다.

비록 당장은 기성 정치에 젖은 선배들로부터 “마치 자기네만 정의로운 국외자인 것처럼 와 닿지도 않는 주장으로 국민 시선만 끌려 한다”는 혹평도 듣지만, 언젠가는 정치판에 개혁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 낮고도 작은 울림이 신선해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오늘 당장 국회의 교착 상태, 여야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의 ‘안’쪽에는 여야 각자의 무슨 심오한 당략이 배어 있는지는 알수 없으되 국민이 보기에는 짜증스럽기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의 비교적 젊은 의원 7명이 각기 자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습에서 청량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동안의 신물나고 타성적인 정치 행태에 대한 의사당 내의 거부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번 총선에서 시민단체 주도의 ‘고인 물’에 대한 거부와 저항의 몸부림 속에 탄생한 의원이다. 그들이 마침내 의사당에서 그러한 낡은 풍토 개선, 행동의 물갈이를 시도하는 시대사적 의미를 읽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도부는 당리당략을 위해 명분 없는 상대당 공격수 역할을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공격수 혹은 ‘저격수’라는 이름의 정치 공해 주범들이 의정을 어지럽히고 시끄럽게 한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기껏 당지도부의 감정풀이를 대행(代行)하거나 자당에 대한 ‘저질’ 응원을 하라는 지시에 따라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와 비열한 이죽거림으로 정치 혐오를 부추긴 목소리 큰 초재선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앞잡이 정치’에 대한 거부도 바로 의미 있는 개혁의 하나다.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17일 제헌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기껏 5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종호(金宗鎬)의원을 포함해 자민련 지도부는 골프장에 가 있었다. 국정은 여야 정치인 ‘그들’끼리의 싸움 때문에 멈춰 놓고, 의정사의 최대 기념일은 잊어 버리기라도 한 듯, 골프장 등에서 여가를 즐기는 의원들이 부지기수인 오늘날, 신진의원 7명의 가냘픈 목소리는 그나마 희망의 싹이 아닐까. 다함께 주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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