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1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실리콘밸리에 먼저 형성된 탁월한 생태계는 새로운 씨앗을 퍼뜨리고 우수 인력과 정보는 사방에서 몰려들고 경쟁과 협력을 통해 기업은 상호 발전한다. 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과 자본 시장은 제대로 벤처기업을 평가, 살아남을 것만 살린다. 이러한 ‘긍정적 피드백(positive feedback)’과 공동 진화(co―evolution), 그리고 시장 메커니즘 덕분에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더욱 강해진다.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와 초기 조건들이 달라 실리콘밸리를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훈을 얻고 실리콘밸리를 활용할 수는 있다. 실리콘밸리는 우리에게 거대한 시장으로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원천으로서, 양질의 자금(smart money)의 원천으로서, 새로운 사업방식을 배우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신경제’의 중심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을 실제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해야할 숙제가 있다.
첫째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글로벌 경제체제에 걸맞은 비전과 역량을 가진 벤처기업가와 VC를 키우는 일이다. 둘째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와 VC들이 사업 파트너와 투자 대상기업을 찾아 한국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즉 실리콘밸리와 네트워킹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독자적인 실리콘밸리를 만들려는 전략보다 더욱 효과적이다.
벤처생테계의 주체인 국제화된 벤처 기업가와 벤처 자본가등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창의성 교육과 영어교육을 강화하는 교육 혁신이 절실하다. 단기적으로는 기업가를 육성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성공한 교포 기업가와 VC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사람이 움직여야 지식과 노하우가 이전되고 확산된다. 또 외국 벤처기업과 VC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국제 관행과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방식이 우리 산업계의 규범으로 정착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벤처기업들은 무엇보다 비전과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승부수를 띄우는 몰입이 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정부도 이제는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과 벤처기업수 증가등 양적 확대에 치우친 정책에서 벗어나 인력과 기술, 금융, 경영, 기업간 네트워크, 제도 문화 등 소프트인프라 구축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우리 벤처기업들의 바람직한 전략방향은 우리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든, 국내에서 이곳에 진출한 그들의 파트너가 되든,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실리콘밸리 사람들과 소프트 인프라를 활용하고 결국은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에 포함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이제 미국만의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세계의 실리콘밸리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 칼럼을 애독해준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배종태(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미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ztbae@gsb.stanford.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