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전쟁과 인간' 생체실험 가담한 日軍들 죄의식그려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45분


▼노다 마사아키 지음/서혜영 옮김/ 길/ 399쪽 1만5000원▼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전쟁과 죄의식’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전쟁의 폭력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고 가해자들의 죄의식은 어떠한지 등에 관한 연구다.

군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참가했던 일본군 장교, 군의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죄의식을 살펴본 책이다.

2차대전 당시 생체실험에 참가했던 군의관 유아사 켄. 같이 참여했던 군의관들은 침묵했지만 유아사는 입을 열었다. 그 실상은 너무 끔찍해 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다. 당시 유아사는 아무런 죄의식도 없었다.

“그때 의사들의 머리 속에 사회적 인도적 책임감은 없고 그저 출세주의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일본의 의학은 군국주의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랬다.”

종전 후, 중국의 한 전범관리소에 갇혀있던 어느날. 유아사는 자신이 생체 해부했던 중국병사 희생자의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순간, 그는 비로소 실험대상의 중국인이 물건이 아니라 인간이었음을 느낀다. 비로소 죄를 죄로 인정할 수 있는 눈이 뜨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당시 강요에 의해 학살에 참여했던 병사들은 이후 몸이 말라가거나 극도의 영양실조 상태를 드러냈다는 점도 밝혀낸다. 이것은 전쟁영양실조증. 지금으로 치면 정신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다. 그러나 군의관이건 병사건 가해자 대부분은 아직도 자신들의 죄를 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 아는 얘기 같지만 필드워크를 통해 미세하게 접근해나가는 방식과 일본인의 자기성찰이 많은 것을 생각게 해준다. 서혜영 옮김. 399쪽 1만5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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