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과열이냐 숨고르기냐” 증시 전망 엇갈려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33분


증권가의 증시과열 논쟁이 뜨겁다. 12일 주가가 거래소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강보합을 기록했으나 11일의 주가하락이 적어도 앞으로 며칠간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문제는 그 여파가 얼마나 갈 것이며 그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11일의 주가하락이 사상 최대의 거래량을 동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당분간 증시가 과열을 식히는 조정기간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 흐름은 일차적으로 증권주 등 금융주 주가에 반영된다”면서 “11일의 거래량 지표는 주도주인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 시장 과열상태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은 11일의 거래량을 능가하는 거래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금융주가 전고점을 뚫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주도주 주가가 떨어지면 매기가 옮겨가기보다는 다른 종목들의 주가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 증시의 경험 법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가조정은 금융주 등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일부 종목들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아직 과열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오성진과장은 “거래량만 보면 과열인 것 같지만 예탁금회전율(11일 51.27%), 거래대금회전율(11일 1.86%) 등 거래대금 기준으로 보면 아직 과열권이 아니다”고 말했다. 증시가 13일 옵션만기라는 시장불안 요인을 앞두고 10일간의 연속상승(4일 제외)에 따른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미래에셋증권 이정호 과장은 “증시 과열을 가늠하는 유력지표인 고객예탁금 대비 개인거래대금 비율이 11일의 경우 63%로 과열권 진입점인 75%에서 한참 멀며 미수금도 6855억원으로 과열 기준인 900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과장은 “개인은 7월 들어 60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해 80%가 넘는 거래소 매매비중을 감안하면 아직 본격적인 랠리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 장세전망에 대한 시시비비는 다음주 전반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증시과열 논쟁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주 후반에는 투자자들이 13일 옵션만기와 17일 휴일을 앞두고 위험관리에 치중한 뒤 18일부터 본격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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