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파업 끝" 소식에 주가 "와르르"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49분


‘시장은 참으로 역동적이었다. 그러면서 어렵고 오묘했다.’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11일 은행 파업 첫날에 펼쳐진 변화무쌍한 주가 움직임에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시 가르침에 무릎을 치는 모습이다.

이날 소폭 상승세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12포인트 오르면서 863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파업수위가 점차 수그러지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차익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으며 지수는 결국 14포인트 하락한 836선에서 마감됐다.

▽‘굿 뉴스’에 팔았다〓파업 당사자인 은행주의 이날 주가 움직임은 마치 ‘주식투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하는 것 같았다. 파업직전까진 파업참여은행의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반면 불참은행은 ‘시중자금의 이동 등 시장의 힘’에 의해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파업첫날 상황은 정반대로 펼쳐졌다. 주가상승폭이 컸던 신한 한미 하나 등 파업불참 은행(우량은행)의 주가는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국민 주택 등 우량은행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조흥 한빛 외환 등 ‘파업주도 3인방’은 파업상황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자 ‘저가메리트’에 이끌린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는 상승세를 탔다.

미래에셋 이병익 운용본부장은 “파업상황이 진정되면서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저가은행주로 매기가 단순하게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떨어질 만한 상황이었다〓은행파업에 따른 주식거래 차질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날 증시 거래량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 동안 거래량이 무려 8억5000만주에 달하는 등 가히‘폭발적인’ 수준. 문제는 고객예탁금 및 간접투자상품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가 지나치게 많이 이뤄져 시장체력이 급격히 고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의 거래급증은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단기적으로 120포인트 가량 급등하고 지난 11일의 거래일 중 10일 동안 상승하는 등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과열상태였다”고 말했다.

장 막판 외국인들이 9월 물 선물을 순매도하고 프로그램매물이 쏟아진 점도 이날 하락폭을 크게 한 요인.

▽조정 뒤 상승 가능성 높아〓전문가들은 단기 오름폭이 컸던데다 본격적인 매물대에 진입하면서 지수는 당분간 매물대를 뚫기 위한 체력을 보강하면서 숨 고르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어도 800선은 지킬 것으로 보는 분위기. 그 후 재상승을 모색할 것이라는 것.

다만 ‘반등’에 그치지 않고 ‘상승추세’로 접어들기 위해선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순매수와 △간접상품으로의 가시적인 자금유입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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