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 초읽기]은행업무 어떻게 되나?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41분


일부 은행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11일 은행 창구는 적지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파업은행에선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파업은행이라도 정상영업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은행마다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이 파업에 참가한 파업은행의 경우 비조합원만으로 은행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업무의 전문성 정도에 따라 일부 은행업무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게 불가피하다.

업무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미리 점검해본다.

▽입출금, 송금, 대출이자 납부〓조흥은행의 서울 여의도 남지점의 경우 총 인원은 29명. 이중 조합원이 23명, 비조합원 6명. 23명이 전원파업에 참여해 11일 출근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매달 11∼14일에는 일반입출금, 세금납부만 하루 300∼400건. 5명의 창구직원이 처리하던 일을 11일엔 계약직 3명이 하게 된다. 평소에는 5분 내로 해결됐지만 11일엔 최고 20∼30분 걸릴 예정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비조합원 계약직 등 4400명을 확보, 전국 684개 지점에 지점장 1명 차장 1명 계약직 텔레뱅킹직원 1∼5명 자회사직원 1명 청원경찰 1명 등 5∼9명을 배치한다는 계획.

현재 출장소의 직원이 8명 정도인 것에 비춰볼 때 많지 않지만 입출금 송금 대출이자납부 등 기본적 업무는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은행 지점별로 이뤄지는 1일 결산 ‘마감(Closing)’이 제대로 되지 않아 파업 둘째 날부터는 입출금 송금 등의 업무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신규대출 및 대출연장〓파업은행의 경우 대부분 대출 업무엔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총 직원 6400명 중 3700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할 경우에 대비, 본점직원 203명을 18개 지역에 파견발령한 상태. 따라서 실제로 각 지점에서 받게 될 지원인원은 상당히 부족하다.

외환은행 서울 충무로지점의 총 직원수는 30명. 이중 조합원 19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에 대비, 본점에서는 1명만 보충된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신규대출과 대출연장의 경우 비노조원인 차장이 접수를 하더라도 전산입력은 상당히 늦어지거나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흥은행 여의도 남지점의 관계자는 “평소 대출 500만원을 신청하면 당일 또는 이튿날 받을 수 있었지만 파업 중엔 대출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도 “각 영업점의 대출 담당자가 절반 또는 3분의 1 정도로 감소하기 때문에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환업무〓외국환 업무는 크게 세가지. 이 가운데 단순한 환전 및 해외 송금은 파업이 강행돼도 어려움없이 처리 가능하다. 그러나 수출입용 신용장 오픈, 결제, 선적서류 매입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은행측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고객 불편을 덜기 위해 비조합원이 업무처리 중 휴대전화로 문의하는 내용은 성실하게 답변해 업무 착오를 줄이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 은행별로 수출입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비조합원을 권역별로 공동 근무하도록 해 해당 지점을 찾아가면 업무가 가능할 수 있다. 파업은행 노조측도 “무역업체 등 고객들이 파업에 대비해 1주일치 외국환 결제업무를 10일까지 모두 마쳐 11일 이후 외국환업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드 및 지로업무〓신문대금, 전화료 등 공과금을 내는 지로업무는 모두 가능하다. 고객이 맡긴 지로용지와 대금을 은행이 금융결제원에 예탁하는 업무도 가능하다. 신용카드업무도 분실신고 등 전화로 다른 은행에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은 업무는 업무협조가 안돼 장시간 대기해야 할 것 같다. 카드 가맹점에서 고객이 ‘긁은’ 대금을 받으러 매출전표를 제출하는 경우도 대기시간만 길 뿐 불가능하지 않다.

<김승련·이나연기자>srkim@donga.com

파업 강행시 은행 업무별 이용가능 정도 점검
입출금 송금 대출이자납부파업은행의 경우도 비노조원 등 대체인력으로 입출금 송금 대출이자납부 등 간단한 업무는 가능. 단, 업무소요시간은 평소보다 길어진다
신규대출 대출연장대출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여러 가지 신용확인이 필요한 경우 파업이 끝날 때까지 신규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카드·지로카드분실신고, 가맹점 매출전표 처리가 모두 가능하지만 다소 지연돼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로업무도 가능.
외환업무단순 환전, 송금업무는 가능. 수출입 관련업무는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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