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이경수 - 여오현 '군계2학'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2분


군계이학(群鷄二鶴)

8일 막을 내린 삼성화재컵 대학배구 연맹전 2차대회 결승전에서는 한양대가 홍익대를 3-1로 물리치고 지난해 10월 3차 대학연맹전 이후 9개월만에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한양대가 전통의 강호다운 면모를 되찾기는 했지만 이 대회는 최근 평준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대학 배구의 추세를 그대로 반영했다.

1차 대회 우승팀 성균관대는 예선에서 한양대를 3-0으로 완파하고도 준결승에서 홍익대에 덜미를 잡혔고, 전국체전 예선에서 성균관대와 한양대를 연파한 강호 경희대도 약체로 평가됐던 명지대에 0-3으로 패하는 등 3연패로 예선 탈락했다.한마디로 이제 대학배구는 어느 팀간의 경기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 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으로 보면 대회 결승에서 만난 한양대의 창 이경수(21)과 홍익대의 방패 여오현(22)의 실력은 단연 돋보였다. 대전 중앙고 1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의 활약은 향후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재목의 기량으로 손색이 없었다는 평.

이경수의 진가는 경기대와의 준결승에서 드러났다. 이경수는 이 경기에서 무려 53점을 기록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 경기 최다 득점(49점, 랠리 포인트제도 도입 이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손석범 이영택 백승헌 등 한양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트리오 가 모두 졸업을 하고 난 뒤여서 공격 기회가 이경수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었던 것. 청소년 대표팀의 신춘삼 감독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이경수 만한 공격 능력을 갖춘 선수가 나오기는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졸업반인 여오현은 올해 대표팀 상비군 엔트리에 뽑혀 월드 리베로 이호(상무)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홍익대에 2-3으로 역전패한 인하대 문용관 코치가 때려도 때려도 공을 받아내는 여오현의 플레이에 지고 말았다 고 말했을 정도.

문코치는 상대 스파이커와 자기 팀 블로커의 움직임을 보고 공의 방향을 읽을 줄 아는 선수 라고 덧붙였다. 판단력과 감각을 앞세운 스파이크 리시브 능력이 탁월한데다 서브 리시브도 안정돼있어 세터가 쉽게 공격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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