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리뷰]초월을 향한 뒤틀린 욕망 '키스드'

  • 입력 2000년 7월 5일 19시 01분


<키스드>는 시체 애호증, 네크로필리아의 욕망을 담은 영화다. 여주인공 몰리는 말한다. "난 별처럼 빛나는 시체를 봤다." 몰리는 천사 같은 몸짓으로 생명에서 떠난 죽은 육체의 고독을 위로해주고 오르가즘을 경험한다.

그녀는 시체하고만 성교할 수 있으며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욕망을 느낄 수 없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욕망을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이 비밀스럽게 집행한다. 어렸을 때부터 죽음에 매료돼 시체 방부처리사가 된 그녀에게 죽은 남자의 차가운 시체가 놓인 장의사 침대는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다.

감독 린 스톱케비치는 몰리의 욕망을 육체적인 것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피를 빼낸, 차가운 수액이 흐르는 죽은 시체의 몸 위에서 몰리가 성교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매우 정신적인 차원에서 묘사한다. 파격적인 일탈의 욕망을 펼치지만 육체성을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여주인공 몰리의 감정의 흐름을 미묘하고 부드럽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불가해한 욕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생명을 사랑하느냐 죽은 것을 사랑하느냐는 모든 인간이 직면하는 근본적인 양자택일이다. 에로티시즘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한 돌진에 비할만한 파괴적인 충동을 감추고 있기 마련이다. 나르시즘과 고립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면, 치명적인 무능력과 허무의 참기 어려운 감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는,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로 자기를 확인하는 것이다. 죽음에 매혹된 몰리의 욕망은 근본적으로 나르시즘의 또다른 형태가 아닐까.

네크로필리아의 일탈 성욕을 다루면서도 구체적인 묘사보다는 추상적이고 몽환적으로 흘러간 <키스드>의 에로티시즘은 가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아련한 나르시즘에의 몽상, 서늘한 광기를 감춘 부드러운 자기애의 판타지로 포장돼 있다. 이런 성적 취향 묘사는 주류영화라면 상상도 못할 것이다. 시체 애호증이라는 끔찍한 주제를 부드럽게 처리한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키스드>를 빛나게도, 심심하게도 만든다.

<키스드>는 대담하고 독특하지만 충격을 줄만큼 강도가 세지는 않다. 시체밖에는 사랑하지 못하는 몰리의 욕망을 뭐랄까, 초월을 향한 뒤틀린 몸짓으로 옮겨놓았다. 충분히 수긍할만한 욕망이지만 난폭하고 위협적인 욕망은 아니다. 게다가 <키스드>의 국내 개봉판은 흥이 깨진다. 그리 길지 않은 영화인데도 화면을 삭제하고 모자이크한 것은 영화의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김영진(hawks@film2.co.kr)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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