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보는 일본의 두얼굴]수교 추진속 우익은 반대집회

  • 입력 2000년 7월 4일 19시 33분


3일 일본 도쿄(東京) 세이료(星陵)회관에서 ‘일-조(일본-북한) 국교촉진 국민협회’ 발족식이 열렸다. 이 단체는 하루빨리 북한과 국교를 맺자는 취지에서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인 모임이다.

발족식이 진행되는 동안 회관 밖에서는 우익단체 회원들이 반대집회를 열었다. 우익단체 회원들은 ‘붉은 악마의 테러국가, 북한 김정일 타도’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회원들은 “납치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은 채 북한과 국교를 맺으려고 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며 “협회를 즉각 해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익단체 회원들이 나눠준 팜플렛에는 “국교수립을 먼저 하고 배상을 해 주면 김정일 체제만 더욱 공고해질 뿐”이라는 주장도 들어 있었다.

회관 내에서 발족식을 가진 협회관계자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협회 회장에 취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전총리는 “북한과 국교수립을 하는 것은 북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일본은 좀 더 적극적으로 수교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측은 설립선언문을 통해 “빠르면 2001년, 늦어도 2002년 월드컵 개최 이전에 국교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정부에 대한 제언을 통해 국교교섭이 성공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조총련 서만술(徐萬述)제1부의장도 축사를 통해 “협회 활동이 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돼서 하루빨리 북-일수교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세이료 회관 안팎에서 벌어진 행사는 일본인들의 북한에 대한 ‘두 가지 생각’을 극명하게 보여준 흔치 않은 기회였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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