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동물스타' 전성시대

  • 입력 2000년 7월 4일 19시 14분


요즘 TV에 새로 등장한 스타들은 이기심과 눈먼 야망을 갖고 있지 않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출연료를 요구하는 매니저도 없다. 이 새로운 스타들은 또한 같이 출연한 동료들을 음해하는 짓도 하지 않고, 소위 스타의 친구라는 사람들이 선정적인 언론들을 상대로 주책없는 소리를 지껄여대는 경우도 없다.

물론 방송계에 예의를 중시하는 새시대가 열렸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이 새로운 스타들이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스타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는 물론, 악어, 뱀, 거북, 심지어 거대한 오징어까지 포함되어 있다.

요즘 TV 방송에는 한동안 뜸하던, 동물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현재 방송중인 프로그램이 무려 20여개나 된다. 게다가 이들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도 그 어느 때보다 많다.

디스커버리 채널이 방영한 멸종된 생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두 편은 최근 몇 달간 스포츠와 뉴스를 제외하고는 케이블 TV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서 공룡들을 재현한 ‘공룡들과 함께 걷기’를 본 시청자는 1070만 명이었고, 털로 뒤덮인 매머드를 발굴하는 작업을 추적한 ‘맘모스 깨우기’를 본 사람은 1010만 명이었다.

또한 24시간 내내 동물관련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는 케이블 방송인 애니멀 플래닛은 케이블 TV 채널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채널은 현재 6000만 가구의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TV를 소유하고 있는 가구의 60%에 달하는 수이다.

이밖에도 학습 채널, 팩스 네트워크, 금융 전문 채널인 CNBC 등이 매일 모두 합해 32시간 분량의 동물 관련 프로그램들을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동물 프로그램들의 내용은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자연 다큐멘터리들은 대개 아프리카나 인도 등에서 찍어온 교육적인 장면들을 배경으로 단조로운 설명이 이어지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동물 프로그램들은 주로 어느 한 편이 죽음에 이를 때까지 싸움을 하는 동물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요즘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교육적인 다큐멘터리들보다는 더 생생하고, 싸움 장면을 담은 프로그램들보다는 덜 폭력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대개 화려한 출연자들이 등장해서 옛날보다 훨씬 기능이 향상된 카메라로 더 가까이에서 찍은 영상들을 소개한다. 애니멀 플래닛의 클락 번팅 사장은 “요즘은 시청자들을 붙들어두기 위해 동물 프로그램에 이야기의 요소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TV 편성 담당자들, 매체 분석가들, 학계의 방송 전문가들은 동물 프로그램이 다시 등장한 원인으로 케이블 채널의 증가,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하는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비용, 기술의 발전과 도시화에 따른 자연계에 대한 관심의 증가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동물 프로그램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잭 한나의 동물 모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잭 한나는 결국 동물 프로그램들도 자연도태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arts/062900animals-tv.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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