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증시 주말 '빅시즌' 돌입…분기실적발표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16분


이번주말부터 미국증시는 기업 실적 발표에 따라 개별종목 주가가 각개약진하는 ‘어닝 시즌(earnings season)’ 이른바 ‘빅시즌(big season)’에 들어간다. 특히 다음주(10∼14일)엔 12월 결산법인들의 분기실적이 집중 발표된다.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요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미국 경기의 둔화 여부에 대해 일정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증시에선 경기둔화 여부와 주가 간에는 이렇다할 관계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둔화를 시사하는 거시지표가 발표되면 투자자들은 ‘경기둔화에 따라 8월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주식을 사들였다가도 그 다음날엔 ‘경기가 둔화하면 기업실적이 나빠진다’며 다시 주식을 내다파는 등의 헷갈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별종목 실적과 주가 간에는 항상 정비례 관계가 성립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연중내내 기업실적 뉴스를 듣고 이를 근거로 무엇을 사고팔 지를 결정한다. 기업 결산월이 3, 8, 12월 등으로 고루 흩어져 있고 기업별로 분기별 매출 및 순이익에 대한 전망치, 추정치, 확정치, 다음 분기 전망치 등이 잇달아 쏟아져나오기 때문.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대략 3∼4월만 되면 애널리스트들이 나름대로 2·4분기 전망치를 발표한다. 4∼5월엔 기업들이 ‘한두달 장사해보니 이럴 것 같습니다’하는 분기 예상치를 내놓는다. 6월말에는 가결산을 토대로 한 추정치가 쏟아진다. 마침내 기업들의 실적이 확정되는 것은 7월 둘째주. 이어 애널리스트들은 7월이 지나기 전에 서둘러 3·4분기 전망치를 내놓기 시작한다.

과거 실적보단 미래 실적의 위력이 더 세다. 시스코시스템즈는 5월 12일 예상보다 나은 실적 확정치를 발표했으나 ‘향후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증권사 보고서들의 영향으로 주가가 6.67%나 떨어지기도 했다. 올들어 줄곧 금리인상 문제로 미 증시가 요동친 것을 ‘금리가 실적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하는 건 단견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경기과열을 알리는 지표들이 발표되자 금리인상의 불가피성과 그에 따른 미래 기업수익의 악화를 예상하고 행동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미국에서 이처럼 실적이 주가를 좌우하게 된 배경은 시가배당을 배경으로 배당투자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 증시에서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크지 않다. 올들어서야 분기별 실적을 발표하게 됐고 배당투자도 일반화되지 않았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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