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파리에서]문화와 문화가 만날때

  • 입력 2000년 7월 1일 00시 34분


▼'문화의 세계화, 시험받고 있는 문명들' 제라르 르클레르 지음/PUF출판사 펴냄▼

‘세계화’란 말은 이제는 너무나 자주 듣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모두가 ‘세계화’ 하면 자본주의 시장의 세계화, 따라서 자유로운 상품유통을 생각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정보교환 정도를 생각한다.

그러나 5월에 출간된 제라르 르클레르의 이 책 ‘La Mondialisation Culturelle, les civilisations l’ preuve’은 본질적으로 세계화는 문화의 세계화임을 상기시키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가치관, 때로는 대립적 가치관을 지닌 사회들간의 접촉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문화의 교류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상품정보교환이 아니라 머리를 싸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철조망부터 부수는 작업이며 이것은 또한 많은 시간의 투자와 지적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철학자이며 사회학자로서 파리8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사회과학사 및 담론의 유포에 대해 여러권의 책을 썼고 현대문명에 관한 탐구서의 1부로 ‘권위의 역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 후편.

문화들간의 만남은 최근에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 아니고 몇세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유럽인들은 16세기 초에 아메리카, 18세기 말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문화를 경험하기 시작했으며 아프리카 탐험은 19세기에 활발했다. 그런데 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도와 극동아시아 문명의 발견이야말로 서양문명의 보편성에 대해 비로소 새로운 질문을 하게되는 동기가 되었다. 당시의 유럽인들은 유럽문명처럼 유구한 역사, 특히 고유의 문자를 가진 문명인 아시아국가의 다른 종교와 철학, 다른 삶의 양식과 사고방식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여명을 보는 듯했고 동서의 문화적 울타리는 마침내 사라져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갖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 문명간의 진정한 만남과 상호이해에는 많은 장벽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유럽과 아시아 문화의 만남의 역사와 그 어려움을 기원부터 현대까지 실증적 자료들을 통해 밝힌다.

특히 서양인들이 동양화되는 현상, 그리고 인도 중국 일본이 서양화되어가는 과정중에 이질문화에 대한 깊은 앎이 없이 외적 모방에 머물렀던 현상과 문제점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타문화의 접촉 소개에는 지식인들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밝힌다.

‘세계화’가 전 지구의 거대한 시장화만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식인들부터 진정한 대화를 나눌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존중을 넘어 서로에 대한 오해를 분별하고 사고의 다양성과 문화의 차이를 밝히는데서 시작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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