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권순활/재벌 2,3세의 성공조건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주요 기업의 30, 40대 2, 3세 오너가 급부상해 차세대 재계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웅렬 코오롱회장, 최태원 SK㈜회장, 이재현 드림라인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 김남구 동원증권부사장등이 대표주자. 이건희 삼성회장의 외아들인 재용씨도 현재 특별한 직책은 없지만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외유학을 통해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안목과 실력을 갖고 있다. 외국어(특히 영어)와 정보기술(IT)마인드로 무장했으며 수성(守城)보다 공격,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 조직문화나 기업체질 개편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차세대 재계리더들은 닮은 측면이 많아서인지 서로 자주 만나 우의를 다지고 있다. 실력과 패기를 겸비한 이들에게 거는 사회적 기대도 적지 않다.

다만 이들이 지닌 장점이 해당기업을 키우고 훗날 재계의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요조건일지는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공통의 화두’인 IT만 해도 이를 중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업종별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위한 인터넷’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 IT일변도의 소프트방크 히카리통신 등이 고전하는 것은 참고할 만 하다.

미국식 경영의 세례를 받은 이들이 자칫 효율지상의 기능주의에 함몰될 위험성도 거론된다. 변화와 개혁이 당위라고 해도 조직내부, 특히 ‘핵심역량’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개혁의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고경영자는 ‘찐득찐득한(sticky) 기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인은 “결국 차세대 재계리더의 성공여부는 이론적 바탕 위에 ‘사람과 현장’을 얼마나 접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권순활<경제부기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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