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부동산 중개 법정수수료율 인상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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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김순례(金順禮·47)주부는 얼마 전 21평 아파트를 85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부동산중개업자가 주인에게는 25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자신에게는 45만원을 요구해 소비자단체에 신고, 10만원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법정 수수료는 25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현재 부동산중개업법과 시도 조례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법정 수수료가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고 2배에서 1.5배 가량 더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국토연구원 조사).

소비자와 부동산중개업자 간의 수수료 분쟁이 잦자 건설교통부는 26일 부동산중개업법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내달 29일부터 법정 중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대신 중개업자가 소비자에게 주어야 할 정보 등 책임도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

그러나 소비자들과 중개업자들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서비스 개선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 부담만 크게 늘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반면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개선된 중개 수수료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 반해 중개업자들의 부담은 지나치게 늘었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중개 수수료 실태〓부동산 가격에 따라 9단계로 나뉘어 단계별로 0.15∼0.9%의 중개 수수료를 내게 되어 있다. 84년 제정된 중개업법과 각 시도의 조례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2억2000만원의 아파트를 매매할 때는 0.25%가 적용되어 55만원의 수수료를 내게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100만원 내외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단계별 법정 요율이 있는지도 모르고 중개업자가 부르는 대로 내는 실정.

▽정부의 개선안〓건교부는 법정 요율과 실제 요율이 달라 분쟁이 잦으므로 중개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고 한다. 9단계의 요율을 3,4단계로 축소해 단계별 요율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한다는 것. 개정안에 따르면 2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현재 법정 요율은 55만원이지만 달라진 요율로는 88만원이 되어 60%가 오른다. 또 3억원짜리 아파트 매매시 수수료는 75만원에서 150∼120만원으로 100% 가량이 늘어난다.

대신 중개업자가 소비자에게 부동산 권리관계 등 기본 사항뿐만 아니라 건물의 도배 도색 상태, 소음, 일조, 수도 전기 가스 쓰레기 시설, 학교 주차장 등 종합적인 정보를 주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또 중개 사고로 인한 중개인의 배상액을 5000만∼1억원으로 늘리고 입주시까지 계약금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보호장치를 마련한다는 것.

▽시민들의 입장〓김순례씨는 “지금도 법정 요율보다 훨씬 많은 중개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법정 요율 자체를 올리면 실제 부동산 중개수수료만 올라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소비자보호원의 김종구(金鍾龜)수석 연구위원도 “서비스 개선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중개 수수료를 올려야지 한꺼번에 50% 이상 올리는 것은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떠넘기는 처사”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입장〓김방욱(金芳郁) 명문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안대로라면 중개인들은 여전히 범법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인이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 40가지가 넘고 그 중 한가지라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데 정부의 수수료 인상안은 현실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 부동산중개업자들은 “16년 만에 개정되는 중개 수수료가 이런 수준이라면 100만 중개업자들도 가만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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