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스웨덴 교통사고 사망 '0'을 꿈꾼다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외곽에는 도시를 동심원으로 잇는 ‘도시 고속화 순환도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일부 구간은 낮은 구릉지대 일부를 깍아 도로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순환로 공사 중 우리에게는 낯선 광경이 있다. 커브길에 구릉지대가 있을 경우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도로 밖으로 구릉을 폭 5∼10m 가량 더 파낸다. 과속으로 달리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튕겨나갈 경우 구릉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스웨덴이 도로교통 시설을 얼마만큼 철저히 안전위주로 설치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차량 안전 및 도로 안전시설에 관한 연구에서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린쇠핑 소재 ‘도로교통연구소(VTI)’의 연구결과에 따른 것. 박사급 31명을 포함해 248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는 VTI는 한 해 250회 가량의 차량 충돌 실험을 한다. 한스 튤린 연구원은 “차량과 차량 충돌은 물론 차량과 전봇대 가드레일 공중전화부스 교각 등 각종 도로 구조물들과의 충돌실험, 여성이나 아동이 탑승하고 있을 때의 충격효과 등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충돌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TI는 이러한 충돌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유명 자동차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도로 안전시설의 적정성 여부도 평가, 정책적 조언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VTI만이 단 한 대 보유하고 있는 ‘노면 굴곡도 테스터(RDT)’는 종합도로진단장비. 시속 90㎞로 달리면서 노면의 굴곡도는 물론 노면의 강도, 마찰력, 습기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곡선도로에서 노면의 상태에 따라 차량의 원심력과 미끌어짐을 계산해 적정 경사도를 산출해낸다. 토마스 랑게 연구원은 “RDT는 움직이는 도로 종합병원으로 영국 등 유럽 상당수 국가에서 개발과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불과 몇 대 밖에 없는 모의 운전장치(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기상 및 도로 상태와 구조가 운전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측정한다. 또 음주 등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외부 환경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외부 모니터를 통해 자세히 분석할 수 있다.

스웨덴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97년 기준)가 6.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그런데도 스웨덴은 200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 후 궁극적으로 ‘O’로 한다는 ‘비젼 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VTI는 스웨덴 교통부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20세 이하 청소년(스웨덴은 면허취득 연령이 18세)의 과속방지와 함께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완벽한’ 교통안전시설의 개발을 맡고 있다.

▽자문위원단(가나다순)〓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지광식(건설교통부 수송심의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특별취재팀〓윤정국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윤상호(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인터뷰]문병석/"시민 안전의식 철저 도로 신호등 불필요"▼

“스웨덴 교통안전 전문가들의 절반은 엔지니어, 나머지 절반은 심리학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운전자 등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의 심리적 요인이 안전시설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스웨덴 린쇠핑시 린쇠핑대에서 교통안전환경공학을 전공(석사과정)하고 있는 문병섭 연구원(34)은 스웨덴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린쇠핑이 스웨덴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중심가 일부를 제외하면 횡단보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 거의 없습니다.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가 철거한 곳도 상당수지요. 운전자 보행자 모두 굳이 필요없다는 여론이 높고, 교통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스웨덴은 교통안전에 관한 한 ‘고도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이 문연구원의 평가다. 서울시 산하 시정개발연구원에서 교통문제 연구를 담당해 온 문연구원이 스웨덴 유학을 결심한 것도 스웨덴의 교통문화가 우리 나라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씨가 화창해도 낮시간에도 자동차가 불을 켜고 달리고, 횡단보도에서는 차량 진행 신호가 들어와도 보행자가 서 있으면 차량이 먼저 정지하기 때문에 횡단보도 사고 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스웨덴이 전세계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낮은 것은 첨단 도로안전시설 못지 않게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철저한 안전의식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일부 도로에서는 안전시설물마저 필요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스웨덴이 교통안전 시설 개발에도 뛰어나지만, 운전자와 보행자의 심리적 요인 연구를 통해 사고줄이기 노력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린쇠핑(스웨덴)〓구자룡기자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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