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개미들의 화려한 매매패턴 변화

  • 입력 2000년 6월 23일 16시 46분


"내 갈 길로 가련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외국인 및 기관들과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말그대로 '마이웨이(My Way)' 투자패턴을 보이며 외국인 및 기관을 상대로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이고 있다.

증시에는 "잡개미는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아 다닐 정도다. 잡개미는 외국인이나 기관을 따라다니는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말.

개인들은 오히려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보이면, 일제히 매도공세를 펴고,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 매수에 나서는 등 외국인-기관을 상대로 일전을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은 혁혁한 전리품(수익)을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증권 금융주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개인들이 많은 것으로 증권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증권업종지수는 지난 5월22일 722.44포인트로 바닥을 헤매자 개인들이 매집에 나서면서 지수를 1,303.89포인트(6월7일)로 순식간에 80.4%나 끌어올렸다.

증권지수가 상승 탄력을 받으며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위로 꿰뚫는 중기골든크로스가 발생하자 증권종목에 외국인과 기관이 입질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개인들의 가차없는 매도공세가 시작됐다. 개인들의 물량 공세로 증권지수는 6월19일엔 936.84포인트까지 주저 앉았다. 거래일 기준 8일만에 무려 40%나 폭락하며 외국인과 기관에 치명타를 가했다.

지수가 단기에 과대낙폭하자 현명한 개인들이 다시 매수에 나섰다. 그러면서 증권지수는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 눈깜짝할 사이에 1,142.77(23일 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단기간에 200포인트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함 셈이다.

은행주에서도 개인들은 외국인 및 기관들과 철저히 반대로 움직이며 꽤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75.91포인트를 가리키고 있던 시중은행지수를 2배에 가까운 135.64포인트까지 끌어올린 1등공신이 바로 개인 투자자들이다. 불과 15일(거래일 기준)만에 일어난 일이며, 개인들이 선호하는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 이른바 '저가 은행주 3인방'은 주가가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업계는 이때 고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들은 이 기간 동안 한빛은행를 2,542만주를 매도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정반대 매매패턴을 보였다.

지난 22일 장세가 개인이 외국인 및 기관과 정반대로 움직이며 이들에게 치명상을 입힌 대표적인 사례. 외국인과 기관이 제2의 금융랠리를 꿈꾸며 쌍끌이 장세를 연출, 약 300억원 어치 이상의 은행·증권주를 사들이는 동안 개인들은 꾸준히 매물공세를 폈다.

개인들의 매도공세에다 연일 계속된 '전강후약' 장세를 견디지 못한 채 장막판 은행 및 증권지수는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이 바람에 개인들의 매물을 쓸어담은 외국인과 기관들은 적잖은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23일을 포함, 이달들어 열린 16차례 거래일 동안 개인과 외국인이 똑같이 순매수세를 기록한 거래일수는 3일에 불과하다. 그나마 개인들이 소폭 순매수를 기록하는 바람에 동시에 순매수를 기록한 것.

이같은 현상은 23일에도 발생, 외국인들이 4일 연속 순매수에서 이날 229억원의 순매도로 전환하자, 개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5일 연속 순매도세에 종지부를 찍고 22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들이 증권 은행주 등에서 두드러지게 독자 행보를 걸으면서 상대적으로 시장 영향력이 강화됐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매매비중인 지난 5월 68.24%에서 6월에는 74%대로 강해졌다.

이에따라 증시일각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은 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개인들이 저가에서 주식을 매입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나면 외국인과 기관들이 뒤따라 상투부근에서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단기 고점에서 개인들이 매도공세로 전환, 지수가 하락하면 외국인과 기관들은 수익률 관리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며 순절매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매패턴 변화는 과거와 달리 투자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되고, 데이트레이딩이 크게 늘어 난데 기인한다"며 "따라서 현재의 시장환경에서는 개인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과 기관들은 자신들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현실을 인정하고 개인들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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