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대인관계클리닉]직원들 비난에 허탈

  • 입력 2000년 6월 22일 23시 09분


▼문▼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40대입니다. 직원들이 오너 흉을 보는 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일을 당하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는 건 고사하고 삼삼오오 모여 비난하기에 바쁩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허탈합니다. 어떤 때는 회사를 그만 두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답▼

아마 이런 문제는 40, 50대 이상인 분들이라면 비슷하게 경험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복종이 미덕인 유교의 가부장 문화에 젖어 살아 온 분들이라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범절보다는 자기 주장이 앞서는 신세대들도 많은데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당혹스럽고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대화의 단절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요즘 우리가 대화라고 하는 것이 일방적인 자기 주장일 때가 더 많지 않던가요? 대화란 감정을 여과시켜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이해했는지 확인한 다음 그 반응에 따라 자기 반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때가 더 많으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상담하신 분이 겪는 문제도 이 잘못된 대화방식에 더 원인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뭔가 건의가 있을 때는 나를 설득시킬 수 있게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자기 주장이 옳다면 그걸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에 근거하라고요. 또한 두 사람이 흉보는 건 이해하지만 세 사람 이상이면 이미 공론이 되므로 공개석상에서 당당히 이야기하라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자리가 위로 올라갈수록 힘들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비난이 이유 있는 것이라면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때로 젊은 사람들 중에는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경우도 있으므로 대화의 통로를 터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물론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비난일 때는 엄중히 내치는 것도 윗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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