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난타' 제작자 송승환 PMC환퍼포먼스 대표

  • 입력 2000년 6월 21일 19시 17분


아역배우 출신으로 30여년간 연극과 TV, 라디오를 지켜온 송승환(43·PMC환퍼포먼스대표).

공연계에서는 드물게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은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의 제작자인 그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충격일지도 모른다.

85년 미국으로 훌쩍 건너간 그는 뮤지컬 ‘캣츠’가 공연되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 앞에서 얼어붙은 듯 서 버렸다. ‘Now And Forever’.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공연된다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로부터 15년 뒤. 7월1일 개관하는 서울 정동의 ‘난타’ 전용 극장 마무리 작업으로 분주한 그를 만났다.

―공연계에서는 ‘관객 가뭄’ ‘돈 가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용극장이 가능한 일인가.

“그 가능성을 입증한 게 ‘난타’ 아닌가. 97년 5월 첫 연습을 시작한 뒤부터 최근까지의 ‘손익계산서’를 얼마전에 뽑아봤다. 전용극장에 10억원이 투입되는 바람에 마이너스가 됐지만 ‘난타’만으로는 비용 23억원에 수입이 30억원이니 7억원을 번 셈이다.”

―전용극장을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브로드웨이에서 받은 충격이 한가지 더 있다. 객석의 90%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진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용극장의 주 고객은 외국 관객이다. 300석 규모인 데 올해말까지 3만명, 내년에는 객석의 80%이상을 외국 손님으로 모실 생각이다.”

‘난타’를 ‘전방위 문화상품’으로 만드는 게 그의 야심이다. 농협이 추진중인 일본 김치광고에 출연키로 했고 한 문화벤처기업과 ‘난타’를 컨셉으로 한 PC게임과 복합놀이공간 개발키로 계약했다. ‘난타’팀중 맏형격인 ‘블루’는 영국 런던 등지를 돌며 유럽 순회 공연에 나섰다. 또 ‘화이트’와 ‘레드’는 10월28일까지 지방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문화활동 2000-난타’ 공연을 갖는다. 02―580-1401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난타’가 우리 공연계의 한결같은 목표가 될 필요는 없지만 ‘난타’처럼 돈을 벌 수 있는 작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채 ‘그들만의 공연’이 관성화된 연극계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면에서 연극계는 영화 쪽에서 한수 배워야 한다. 손님의 ‘입맛’은 뒷전인 채 무조건 만들어내는 음식이 팔릴 수 있겠나. 나는 최근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출발점을 프로듀서 시스템의 정착이라고 본다.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젊은 인력들이 고객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 연극을 포함한 공연계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진짜 기획이 아니라, 대부분 포스터를 붙이고 홍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

―연극계는 아예 떠난 건가.

“96년 뮤지컬 ‘고래사냥’ 때 무대 세트비만 8000만원이었다.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짜리였다. 공연이 끝난 뒤 내 집보다 비싼 ‘무대의 집’을 보관할 방법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부숴야 했다. 연극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빨리 떠났다면 벌써 부자가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곳은 발길을 돌릴 수 없는 고향같은 곳이다. 가을에 실험극장 40주년 작품인 ‘피가로의 결혼’에 출연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해외 에이전트와 교섭해 10월경 ‘난타’를 오프 브로드웨이에 상륙시킬 생각이다. 희곡에 의존한 작품을 갖고서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어렵다. 당분간 ‘난타’같은 비 언어(Non Verbal) 퍼포먼스에 주력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주유소에서 조우한 외계인과 지구인의 만남을 소재로 댄스와 서커스를 가미한 ‘UF0’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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