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LG 선두질주 공신 강준호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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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무대에서 그만큼 기이한 경력을 가진 선수는 드물다.

강준호(29·안양 LG). 그는 누구도 예상 못했던 우연한 기회에 프로무대에 입문했고 가까스로 주전자리까지 꿰찼지만 올 들어 안양이 삼성디지털 K리그에서 초반 선두를 질주할 수 있는 최고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만개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처음 공을 차기 시작한 것은 제주 중앙중때. 하지만 제일고를 거쳐 막상 대학진학을 고려할 때 대학은 물론 실업팀 어디에서도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절망한 그는 ‘호구지책’으로 부두에서 하역일을 시작했고 틈틈이 제주항운노조 동호인팀에서 공을 차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에게 행운이 찾아든 것은 93년. 그해 제주도에서 열린 종별선수권 직장인부에 출전해 맹활약하는 모습을 당시 안양의 스카우트 강만영씨가 유심히 지켜봤고 대회뒤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으며 그동안의 설움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 뒤 강준호는 94년 시즌 당당히 주전 오른쪽 사이드 어태커로 자리를 잡으며 안양 수비의 핵으로 활약하기 시작해 98년에는 FA컵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축구선수로서 한창 물오른 활약을 펼치기 시작할 즈음인 지난해 6월 경기도중 왼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바람에 벤치를 지키며 팀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그는 올들어 대한화재컵부터 교체멤버로 뛰기 시작한 뒤 정규리그 들어 그동안의 공백을 만회하듯 ‘순도 높은’ 활약으로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헝거리정신’이 몸에 밴 강준호가 이처럼 올들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올림픽팀과 국가대표 주전 사이드 어태커로 활약하며 올해 안양에 입단한 이영표의 존재도 큰 영향을 미친게 사실.

그는 그러나 “개인 목표는 중요하지 않다”며 “올해 팀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며 굳이 목표를 따진다면 팀 우승 뒤 장가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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