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외국인의 선물거래 전략에 휘둘린 증시

  • 입력 2000년 6월 19일 17시 44분


증시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어 바닥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증시는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보다 외국인들의 선물시장 동향에 더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날 연출된 외국인의 선물시장을 통한 현물시장 영향력 확대는 국내 증시가 취약할 경우 언제든 나타날 수 있어 기관투자자들등 국내 투자자들의 체력 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다.

◆외국인의 선물거래 동향에 따라 출렁거린 국내 증시

19일부터 선물시장에서도 투자주체별 매매 동향이 실시간으로 제공됐다.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거래가 일어날 때 마다 외국의 특정 세력에 의해 작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루머를 해소하는 것이 실시간 제공의 이유중 하나였다.

그런데 19일 증시의 모습은 국내 증시가 취약할 경우 외국인이 선물시장을 통해 현물시장도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19일오전10시10분께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대량 신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매수에 나서면서 개장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현물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선물 매수 규모가 늘면서 선물지수가 올라가 백워데이션(선물지수가 현물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폭이 축소되고 이는 현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수를 촉발,현물지수는 한때 17포인트 이상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장을 띄워놓고 자신들은 오후들어 소규모지만 신규 매도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장 마감시간을 얼마 남겨두지않은 오후 2시43분께부터 선물시장에서 대규모로 전매도에 나섰다.전매도는 선물 매수를 해소하기위해 선물을 내다파는 것이다.

2시42분현재 외국인의 전매도 규모가 597계약이었는데 이날 최종 전매도규모가 1,539계약이었다. 2시43분이후 1,000계약가까이 전매도로 선물을 판 것이다.

선물가격이 떨어지면서 현물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대거 나와 2시41분까지 프로그램 매도 누적물량이 250억원인데 이후 나온 물량이 274억원에 달했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장 막판에 대량 나오면서 종합주가지수도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2시40분만 해도 8포인트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는 2시46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전날보다 3.66포인트 떨어진 755.38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팔고 사는데 따라 현물시장이 출렁거린 것이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가격 상승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올라가면서 현물시장에서 돈을 벌고 선물시장에서도 전매도는 매입 가격보다 높이 팔았을 것이므로 2중으로 이득을 냈을 것"이라며 "국내 투자주체들의 기반이 취약할 경우 외국인의 선물 거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리는 모습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금시장 안정책에 대한 반응은 정부의지를 확인하는 수준

이날 정부는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최근 금융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회사채에 대해 일부를 정부가 보증하고 종금사에도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 이에대해 시장에서는 일단 정부가 자금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시발점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자금시장의 불안은 유동성이 부족하다기보다 은행권등에 쌓여있는 자금이 제대로 돌지않기 때문에 생긴 측면이 강하다"며 "시장 투자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계속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의 핵심은 투신권으로 신규 자금 유입이 들어갈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투신이나 종금사등의 신뢰 회복이 아직 확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반등을 기대해 볼만

20일에는 종금사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발표된다. 기술적으로는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 반등을 점치게 하고 있다.

동양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주가 하락때 거래량이 감소하는 것은 '팔자'물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5일평균거래량이 3억6,000만주로 고점때의 5억3,000만주에 비해 30%정도 줄었기 때문에 20일도 개장초 주가가 떨어질 경우 저가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반등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대우증권 장웅과장은 외국인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않고 있어 종합주가지수는 당분간 740포인트를 축으로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블루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주가의 일일 변동폭이 심해지면서 동반 등락세를 보여 특별한 테마주가 형성되지않고 있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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